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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설렘도 아프다

by 나무에게 2015. 7. 27.

설렘도 아프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 온형근




설렘도 이럴 수는 없다


한번 저리기 시작하면 끝을 낼 수 없는 사이 어디서 시

작되었는지조차 찾아내지 못한다

차라리 쪼개거나 찔러 쏟아냈으면 싶다

두 다리 쭉 뻗어 부르르 떨다 시원찮으면 주먹으로 두들

긴다

바늘로 찌를까 내내 아픈 것도 아닌 것이 저리기 시작하

면 눈물을 짜낸다


저리다고 집착한 순간부터 모든 것은

풋사랑처럼 짐짓 딴청을 부리려 애쓰지만

몸의 차별을 아는 사람만 알 거라고

흠집에 더듬는 것만으로도 환장할 정도라고


강하게 끌어 당기는 절절한 호소로 설렘은 저 혼자 미쳐

있거나 구멍 숭숭 뚫린 채 불멸을 꿈꾼다


|

-동짓달 기나긴 밤을


동지ㅅ 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 니불 아래서리서리 너혔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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