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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공진화共進化-구기자나무

by 나무에게 2015. 7. 31.

공진화共進化

-구기자나무 / 온형근




나뭇가지에 가시를 가졌는데

가시의 결을 따라

사람의 손이 가는 쪽으로

몸을 낮추는 게 분명하여 흥분했는데


길들여진다는 건 얼마나 긴 세월일까

바람 부는 방향으로 늘어져 흔들리다

땅 냄새 맡으면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

잎 쓰다듬듯 퍼 가면 다시 새잎 틔우고


길들여진다는 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잔뜩 푸른 엽록소의 즙액이

유전자 지문 사이를 메운다

온몸이 바람 부는 대로 휘청거린다


송송 뚫린 세포에서 비릿한 풀내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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