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화共進化
-구기자나무 / 온형근
나뭇가지에 가시를 가졌는데
가시의 결을 따라
사람의 손이 가는 쪽으로
몸을 낮추는 게 분명하여 흥분했는데
길들여진다는 건 얼마나 긴 세월일까
바람 부는 방향으로 늘어져 흔들리다
땅 냄새 맡으면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
잎 쓰다듬듯 퍼 가면 다시 새잎 틔우고
길들여진다는 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잔뜩 푸른 엽록소의 즙액이
유전자 지문 사이를 메운다
온몸이 바람 부는 대로 휘청거린다
송송 뚫린 세포에서 비릿한 풀내가 진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