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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며 당매자나무의 흔들림

by 나무에게 2013. 12. 24.

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며 당매자나무의 흔들림 / 온형근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늘 방음벽을 바라보게 된다.
한때 이 방음벽은 조금의 땅도 붙어 있지 않았었다. 그러다 조금씩 땅이 확보된 것은,
덩굴식물인 담쟁이덩굴 등을 식재하기 위해서였다.
담쟁이덩굴이 식재된 방음벽과 그렇지 않은 곳과의 경관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방음벽 안쪽에 땅을 조성한다는 것, 식재지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고속도로 공사라는 특성이 그럴 것이다. 처음 조성할 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개보수의 어려움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공사에서는 반드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음벽 안쪽에 식재지반을 조성하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흔들리는 방음벽 안쪽의 식물이 있었다.
말이 달리면서 내는 바람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주 가늘고 마악 단풍이 곱게 들어가고
있는 식물이었다. 내려서 이 나무를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매우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방음벽의 은빛 배경에 노랗게 물들어가는 이 식물과 바람에 흔들리는 그 유연함은 충분히
나의 눈길을 머물게 하였다. 당매자나무였다.
당매자나무 (Berberis poiretii Schneid. (영) Chinese Barberry (일) トウメギ (漢) 唐小蘗<당소벽>, 細葉小蘗,<세엽소벽> 針雀<침작>) 는 중부 이남에 자라는 낙엽활엽수 관목으로 높이 2m정도이다.
가지는 가늘며 약간 능선이 지고 자갈색이며 날카로운 가시가 3개로 갈라진다.
잎은 어린 가지에서 어긋나기로 달리고 짧은 가지에서는 모여나기하며, 거꾸로 선 피침형이고 끝은 예두 또는 철두이며 절저이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표면은 초록빛이고 뒷면은 회초록빛으로 가을에 빨갛게 단풍이 든다.
꽃은 암수 한 나무로 5월에 피고 노랑빛이지만 표면은 붉은빛이 돌며 짧은 가지 위의 총상화서에 달린다.
열매는 타원형이고 길이 1cm정도의 장과가 9월에 빨갛게 익는다.
가시가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식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고속도로 방음벽 안에 심어 그 흔들리는 유연한 가지의 춤추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황홀한 일인가.

사람도 어느 장소 어느 환경에 꼭 어울리는 경우가 있듯이,
이렇게 방음벽을 배경으로 흔들리는 당매자나무의 유연함은 마땅히 돋보이고, 훌륭하다.
답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적지에 식재된 식물들을 볼 때마다 유난히 흐믓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를 떠나서 실재로 그 식물이 제자리에 식재된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사회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때 아름다운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름다움이란 제자리에서 제 목소리로 성실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