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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시조와 문자풍경 읽기

by 나무에게 2013. 12. 23.

요즈음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주로 풍광을 띄워쓰기 없이 묘사하는 소위 '문자풍경'을 시도하였다. 내가 시작한 '문자풍경'의 시작은 출퇴근의 운전 중 차가 밀릴 때 주변 풍광을 읊는 것으로 시작된다. 빠른 시간에 스케치하고 풍광과 함께 그때의 심정을 섞는 것이다. 그러니 운전하면서 문자를 누르는 그 긴박함은 어떠한가. 그리고는 늘 밀리는 그곳의 풍광이 재미 없어져서 다른 풍광을 쓰기도 했으나 이내 시들해졌다.

다시 폭염의 계절에서 문자를 만난다. 이제는 보낼 곳을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왜 생각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였는지 모른다. 산행을 하다가 쉬면서, 혹은 혼자 있는 시간과 책 읽는 시간에 문자를 쓴다. 수신자가 본인이다. 본인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아마 문자는 꼭 수신인이 있어야만 떠올리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예 내게 보내는 문자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경지가 열렸다.

그게 시조를 쓰는 것이었다. 한 번은 계곡에서 시조를 읊었다. 초장, 중장, 종장으로 이어지는 시조 읊기는 참으로 격양적이었다. 우선 풍경을 노래하는 풍류가 여간 격조 높은 게 아니었다. 옛 사람들은 이렇게 노래했을 것이라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기뻐하는 게 보통 매력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시조를 읊으면, 또 한 사람이 답 시조를 읊는 행위. 이게 보통 격조이겠는가? 이러한 격조를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또한 풍광이 뛰어난 곳이다. 어찌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5편의 시조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평시조 한 편 쓰는데 빈칸 없이 빼곡히 써서 최소 90바이트가 필요하다. 문자는 80바이트까지 쓰게 되어 있다. 이런 저런 불만이 들다가, 이건 잘못 설정된 문자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 국민이 문자를 이렇게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에 문자쓰기가 또 다른 문화로 자리매김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평시조 한 편 기록하는데 꼭 5자 10바이트가 부족하다. 그래서 남은 것은 다시 숙성시킨 후 작품을 완성시키게 된다.

이때쯤에서야 관계 기관에게 발의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문자 서비스를 겨레의 노래인 시조를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분량인 90바이트나 100바이트로 바꿔달라는 요구다. 이것을 시조협회에 알려야 하나? 혼자 생각이지만 발의할 수 있는 생각이기에 기록을 남긴다. 기회가 닿으면 말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문자쓰기를 '문자풍경'이라는 영역으로 이끌 수 있는 문화 운동이 필요하다. 옛 시조와 연계하여 '문자풍경'이라는 시조의 율격을 갖춘 새로운 노래 읊기가 범국민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2008. 8. 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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