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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답사

by 나무에게 2013. 12. 24.

아직 끝나지 않은 답사 / 온형근



양동마을을 두 바퀴 쯤 돌았다.

안 가 본 곳을, 걷지 않은 곳을 걷는 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즐거움, 그 이상의 의미를 안겨 준다.
발길을 멈칫대며 그 길을 밟아 보는 것은
내게 어떤 미지에의 두근거리는 기쁨을 준다.
양동마을 뒷동산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자랐다면,
늘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온갖 짓굳은 놀이를 했을 것이다.
해가 져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더 재미 있는 놀이를 탐구하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옥산서원과 독락당을 들렸을 뿐이다.
옥산서원 계류의 깊은 골은,
순전히 바위 암반으로 감싸져 있어서인지
그 깊이를 궁금하게 한다.
옷을 벗고 뛰어 들고 싶은 계절이 아니었기에 망정이다.
아니, 그 계절이었더라도 나같이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누군가가 먼저 들어가서
텀벙대는 놀이가 선행되어야
안심하며 물에 들어갈 것이다.
내게 있어서 물이라는 두려움은 늘 그렇다.
물이 없는 육지 태생이라 그럴까?
물이 없는 곳이 아니라, 바다가 없는 곳이지.
그 정도였다. 답사란.
경주에서
저녁을 먹고
들이닥친 콘도 숙소에서
잠깐만 눈을 부치려고 했다.
그게 끝이다.
잠결에 나를 깨우며 수미씨가 왔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일어나 졸다가는 다시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침이었고 안압지였다.
아직 환자였고 마음과 달랐다.
이번 답사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