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길, 새의 길 / 온형근
호수
꽝꽝
얼었더니
눈 쌓여 순백이다
바람이 조금씩 긁어낸 맨살처럼 언뜻 반짝이는 상처들
그렇다고 저들의 관계를 내연이라 맡길 건가
얼음의 길이라고 해두자
다
녹아 없어질 것을
그 위로 벚꽃 지천으로 날려 뒤덮일 것을
고욤나무 열매에 앉아
먹이를 삼키던 직박구리가
물결처럼 아래위로 출렁이면서
호숫가 벚나무로 날아오른다
삐-잇,
삐-잇 하면서
날면서 움직여 머물면서
먹이를 얻고
바람과 햇살을 섞는 것이겠지
소화를 시키는 거겠지
담합과 사통과 내연과
암중에서
겨울 하나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