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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자신과의 대화를 하는 시간

by 나무에게 2013. 12. 24.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전화가 온다.
분명 누군가 3일째 되는 날 어떤 일이 있어서 내게 전화하는 것이라 여긴다.
성진이었다.
오늘이나 내일 또는 2일 정도 빠져야 할 사정이 있다고 한다.
예견하고 있던 남자들의 보이지 않는 겨룸이라고 여겼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타진해 본다.
봉사활동이라고 한다. 도서관 책정리...일단 그렇게 믿는다.

조경교실에 오니 3명이다. 재덕, 재학, 원종..
아무렇지 않은 듯 불러 모아서 회의를 진행한다.
인원이 적으니 더 많은 첨삭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끔 빠진 제자들이 있을 때,
마치 빠진 제자들의 불경을 보상하듯,
나와 있는 제자들의 성실성을 보상하듯,
더 깊이 있게 문제를 다루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럼 되었다.

꽤 긴 시간 회의를 마치고 진행시킨 후,
내친김에 제도 용구 몇 가지를 덤으로 선물로 주었다.
재덕이는 문자가 깨졌다.
다시 평면도와 단면도를 시키면서,
문자 쓰기 과제를 부여한다.
재학이는 중간에 볼 일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재학, 원종 모두에게 수목의 평면 표현과 입체 표현에 중점을 두어 연습하도록 한다.

동규가 과연 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가?

한슬이는 과연 지속적으로 조경교실에서 존재할 수 있겠는가?

이 2가지가 오늘은 숙제로 남는다.

오후에 재학이는 다른 볼 일로 나갔고,
한슬이와 원종이가 자신과의 뜨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렇다.
사람은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 역시 연말 이런 날에 내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모른다.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는 말을 두 제자에게 해야겠다.

재덕은 단면도를 그리고 있다.
그는 지금 나무의 입체적 표현에 서툴다.
거의 도식화된 방식에 의하여 아주 시간을 정성스럽게 동원하여 그린다.
좀 더 창의적이면서 신선한 드로잉이 되었으면 싶다.
조만간 입체적 표현에 대하여 좀 더 강조하는 특강을 이루어야겠다.

원종이는 개념도 연습을 하는데,
여전히 손에 힘이 들어가 있다. 힘을 빼고,
완급이 생기도록 했다.

아직 머리와 손이 따로 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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