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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白藝術

정병례, 고기잡이 2006_세월 먹힌 그물

by 나무에게 2013. 12. 24.

 

 

고암 정병례(새김예술가, 설치미술가, 환경미술, 전각가)
작품명/사이즈 :  고기잡이 2006 (50*75)
내용 : "그물과 물고기는 무엇인가 얻을 수 있는 욕구 충족이며 부를 상징 餘白(여백)의 미를 극대화하며. 주제의 메시지를 강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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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먹힌 그물]


입을 헤벌린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먹이 얼쑤 찾아들지 않는다. 입을 자주 벌리다 보니 그물도 만난다. 그물이야 나를 만나려고 쳐져 있겠지만, 나야 어디 그를 만나고 싶었겠는가. 붉은 인장으로 모두 덮으려다 눈과 뼈를 거친 선으로 남겼다. 꼬리 비늘 사이를 여백으로 처리한 것과 사뭇 다른 선 묘사다. 그물 역시 세월이 먹어 있다. 금방 사들여 쳐 놓은 게 아니다. 오래되어 그물도 운치가 생겼다. 닳아진 틈으로 고기가 빠져나갈 수 있다. 고기잡이의 넉넉한 마음이 드러난다. 수초는 강하게 표현되었다. 짧고 뭉툭하다. 물의 흐름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물의 흐름에 맡겨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으로 찍으면 숱한 흔들림에 어지러웠겠지만, 정지영상이라 단아하다. 나머지가 여백이다. 여백은 곧 물이다. 물은 적이 없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수용의 덕을 지녔다. 서로가 없으니 생사가 없다. 흔적을 내지 않으니 인연이 없다. 피고 짐이 없으니 고기잡이 역시 그물을 걷어 올리지 않을 것 같다.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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