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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白藝術

정병례, 솔바람물소리 2006_나를 살아 있게 함

by 나무에게 2013. 12. 24.

 

 

고암 정병례(새김예술가, 설치미술가, 환경미술, 전각가)
작품명/사이즈 :  솔바람물소리 2006 (75*50)
내용 : 자연 친화적 풍광을 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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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아 있게 함]


산에 자주 드는 일은 나를 살아 있게 함이다. 산에 들어 있을 때와 나와 있을 때를 구분하지 못하던 때가 지금보다 좋았다. 분별이 있다는 것이 사람을 당혹으로 이끈다. 산에 들면 만사가 산으로 변한다. 초입에서 여전히 속세를 버리지 못해 심사가 뒤틀리다가 어느새 망연자실, 소나무 숲 쯤에서 목욕재계 심기일전의 큰 획을 긋는다. 그냥 소나무 숲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송림이라든가 솔밭이라는 말보다 좋다. 그래서 솔바람보다는 소나무 바람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더 와닿는 말은 소나무 잎 흔들리는 바람 소리를 좋아한다. 산에서의 소리는 물소리다. 아무리 좋은 산이라도 계곡을 거쳐서 오르내리지 못한다면 불행한 산행이다. 계곡의 물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수저 없이 맨손으로 식사하는 것보다 못하다. 갖추어야 할 그 무엇인가를 놓치는 일이다. 겨울 산행에서의 물소리는 더욱 근사하다. 얼마나 차분한 소리인가. 여름의 격랑은 힘차지만 알게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겨울 물소리는 조용하고 고요하여 근원으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는다. 산을 사이에 두고 물이 흐른다. 그리고 사람이 물의 시원인 산과 산 사이에 있다. 솔바람 소리가 푸른 색 바탕에 흰 솔잎으로 무성하다. 가야금인 듯 붉은 색 정념이 자칫 건조할 수 있는 풍경을 싸잡아 방음, 방진, 방풍으로 몰아간다. 여기서, 이 안에서 만들어진 풍광인 듯 조금은 작위적이다.

2008. 01. 31. 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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