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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정원사, 수제자, 창조설계를 위한 담론

by 나무에게 2013. 12. 24.

겨울 방학을 조경 설계 지도에 매달리고 있다. 처음으로 설계 경기 대회를 작년에 지도했다. 그동안은 후배들이 지도했던 일이다. 어느새 그렇게 되어 관심 갔지 않았고, 그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2010년의 일이다. 내가 경력이 짧았을 때는 조경 설계 종목이 없었고, 그때는 과제 발표 대회라고 하여 다양한 지도를 했다. 물론 그때 지도 경력은 업무와 겹쳐 있기도 하다. 아무튼 꽤 오랫동안 그 대회 관련 일을 맡았다. 그리고 2007년부터 3년 동안 전문학교에서 조경 산업 기사 자격증 취득 지도를 정성껏 했다. 다행히 내가 그 학교를 떠난 후에도 내게 학습한 학생이 최종합격하였다고 수원을 찾아와 무척 기뻤다. 그렇게 내가 벌린 일이 마무리 된 것에 행복했다.

이곳 수원에서 갑자기 연령층이 어려지면서 고전했다. 그러나 적응 기제는 빠르게 진행된다. 시간은 걸렸지만, 수제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그는 성실했다. 1학기에는 별로 나타내 보이는 게 없었다. 2학기부터 서서히 눈길이 갔다. 말수가 실용적이다.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유혹에 흔들림이 없다. 혼자서도 부여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마음에 들 때마다 한 꼭지씩 방법론과 배경과 철학, 그리고 기술과 지식을 안겨 주었다. 한꺼번에 많이 쏟아 줄 형편보다는, 서서히 나누어 안겨 주는 방식이 주효했다. 많은 시간을 만들어 함께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가장 큰 역할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도 나를 읽고, 나도 그를 읽고 있었다.

지도 방식에도 업그레이드가 분명 있다. 그런 그와 나의 관계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조금만 더 굼뜨게 바라볼 수 있다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의적 교수학습방식이 개발된다. 창의성이라는 게 그렇다.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지는 거다. 그 1%를 위하여 그와 나는 1년 가까이 시간을 맴돌면서 서로를 탐색했고, 그렇게 만들어 낸 상호 신뢰감 속에서 그를 발견하고, 그는 나를 발견하면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었던 것이다. 보통 창의성은 몰입, 노력, 동기, 열정, 대가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이번 경우에 가장 창의적 문제 해결에 비중을 부여한 것은 성실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 것이 성실이었다. 그의 성실함이 가르치는 사람에게 동기 부여를 했다. 물론 그 역시 동기 부여를 내게서 충분히 받았다.

그렇게 창의적 교수학습방법론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 행하는 실천 방법론이다. 아마 다시는 그 학생에게처럼 열정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지도한 학생이 그 다음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도제식 내림 교육이 필요했다. 나는 그 와중에 맥을 짚어 주는 역할을 한다. 가능하면 조경 설계의 핵심 키워드를 배경 지식으로 특강을 한다. 기능과 기술과 설계 방법은 도제식 내림교육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한다. 그만큼 내가 그 학생을 자신있게 지도했다. 어디에 내 놓아도 기본적 수준까지 올 수 있는 조경 설계의 바탕까지는 그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그리고 조경으로 진로를 선택한 그 선발된 학생들을 묶어 동아리를 만들어 준다. 이름하여 '창조설계'라 한다. 창의적인 조경 설계를 의미한다. 2010년을 기점으로 만들어져 내리 10여년만 잘 유지되면, 그 후에는 현장에서 선후배간 서로를 이끌면서 조경 산업 현장을 누빌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내게서 조경 설계를 배워,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제자들은 '창조설계'팀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시작한다. 기존의 '정원사'모임과 연계시켜 활동하되 이번 '창조설계'팀은 또 다른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연령 차이가 크다. 전문학교 제자들 중 조경 산업 기사 취득팀은 '수제자'팀으로 구성되어 차를 가끔 같이 마실 수 있는 정도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만하면 그럭저럭 내가 조경교사로 살았던 흔적은 남는 것 같다. 음력 설까지는 부지런히 붓그림을 배워 이 제자들에게 연하장이라도 근사하게 직접 하나하나씩 작성하여 보내야겠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결국 엄청난 시간과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해 업적이 되는 것이라면 일단 몰입할 진로 분야를 선정하여 성실하게 매진할 수 있게 하는게 최상의 교육 방법이다. 그에게 어떻게 성실을 끄집어 낼 것인가는 가르치는 교수자가 고민할 일이다. 왜냐하면 학습자마다 '성실'이 어디에 잠겨 있는지를 심해深海에서 건져 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실'이 어디 있는지 아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다양한 상황 설정과 만남과 실천할 수 있는 프로젝트 등을 통하여 찾아내야 한다. 학습자의 다양한 특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고 종합하여 자꾸 발전시킨다. 조경 설계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적합한 질문과 대답, 그리고 이를 성실이라는 어떤 특성에 맞게끔 재구성하는 일과 다름아니다. 지속적으로 만나고 관찰한다. 그리하여 그(학습자)가 왜 피곤해 하고 있으며, 무슨 일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고, 무엇 때문에 바쁜지를 알아야 한다. 그의 관심사에서 그의 몰입을 볼 수 있다. 그가 몰입하는 그 무엇에서 그의 '성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학습자)와 나(교수자)의 내면의 소통이라는 네트워크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를 유혹하는 것과 내가 그려내는 서사가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어느 길모퉁이에서 만나는 일이다. 그의 에너지파와 내가 쏟아내는 서사가 섞여야 한다. 지금의 그에게 미래의 모습을 그려 내는 일이다. 내가 그려 낸 서사가 그에게 동기 유발이 된다. 그렇게 연유된 그의 미래는 결국 그의 것이다. 그에게 생성된 에너지를 자신의 삶과 사회적 기여에 충분히 발현되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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