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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죽비소리

by 나무에게 2013. 12. 24.

인도


이른바 이끈다는 것은 길을 인도하는 것을 말한다. 큰길로 인도하면 평탄해서 쉽게 간다. 잘못된 길로 인도하면 걷기가 힘들고 나아가기도 어렵다. 비유하자면, 두 장님이 서로 붙들고 향할 바를 잃고 헤매는 것과 같다. 바위가 문을 막아서면 이를 차다가 발을 다친다. 나무가 길을 막으면 여기에 부딪쳐 머리가 깨진다. 앞에 천 길의 구덩이나 깊이를 알 길 없는 강물이 있더라도 또한 장차 달려들어가 피할 줄을 모른다. 아 슬픈 일이다. 만약 눈밝은 자가 이를 인도한다면 이 같은 근심은 없을 것이다.

- 성현, 부휴자담론

배움을 시작하는 사람은 스승을 잘 만나야 한다. 책만 보고 배울 수도 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혼자서 잘할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진다. 스승을 잘못 만나면 차라리 배우지 않느니만 못하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오른다.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기수련을 하다가 잘못되어 폐인이 된다. 스승의 적절한 인도가 없었던 까닭이다. 학문을 해서는 건달이 된다. 겉멋만 잔뜩 들어 흉내만 냈기 때문이다. 잘못된 길인 줄 모르고 무턱대고 노력만 하는 것은 비극을 자초하는 일이다. 옆에서 툭 건드려주고, 시범을 한번 보기만 하면 단박에 깨칠 수 있는 것을 10년씩 애돌아 간다. 큰 길을 옆에 두고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 정민, 죽비소리, 마음산책,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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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툭 건드려주는 시범교육이 내가 하는 조경교육의 전범이다. 한번 보여주기만 하고, 해 보라고 하면 누구나 흉내를 내거나 그 정도의 숙달까지 가게된다. 단박에 깨치게 하는 것은 직접 해 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범교육의 요체다. 그러나 요즘 가르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직접 시범을 보이지 않는다. 시범을 보일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단련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그것은 마음을 시범을 보일 수 있는 자질을 세우는 쪽에 가져가 세워야 한다. 그 세우는 일을 매일 같이 이루어 내야 한다. 그 일에 등한하기 때문에 시범을 보일 수 없게 된다. 누구나 앎은 있고, 말로는 금방 어떤 일을 해낼 것 처럼 떠든다. 그러나 대부분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천하거나 고귀하거나 가리지 않고 저면에 유수처럼 흐르는 것은 몸을 사용하여 근면하게 매달리는 육체적 조건이다. 일이라는 것은 그래서 천명이고 쉬운 게 아니다. 달콤한 일은 누구나 쉽게 빨려든다. 느긋하고 은근하며 그래서 매달리기 싫은 게 일의 본체다. 본체를 벗어나서는 아무 일도 이룰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떠맡기는 사람들은 일을 모른다. 나이를 먹고 조직의 권력자가 되어도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일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생산하는 사람은 적고 소비하는 사람만 많으면 사회가 어지러워진다. 만들어 내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은 '막일꾼' 정신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천하게 내세울 줄도 알아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