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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주은진, 문현구, 이수진에게서

by 나무에게 2013. 12. 24.

 

 

주은진, 문현구, 이수진에게서 / 온형근



스승의 날이라고, 내가 수원이 아닌 용인에 있다고 전화한다고. 은진이는 여전히 밝고 명랑하다. 자기도 용인에 있다고 한다. 어디냐고 묻는다. 송전리와 수지는 같은 용인이라도 같다고 할 수 없는 지리적 조건이다. 현구는 삼성 반도체에 있다. 복학 전에 잠시 학비를 벌기 위함이다. 군대에서 종교적 믿음이 짙어져 술을 마시지 않는다. 따라서 친구들도 덜 만난다고 한다. 수진이 전화는 애틋하다. 건강하시냐고 묻는다. 늘 자신보다는 배려를 많이 지닌 아이다. 막내 정호의 소식까지 묻는 여유가 있다. 은진이가 미용쪽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대단하다. 몸이 약한 아이인데도 말이다. 현구는 군대에서 조경병으로 근무하였다. 대학을 졸업하면 어떤 진로로 나갈지는 궁금하나, 걱정되지 않는다. 그만큼 그는 성숙해 있다. 수진이는 잠시도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였다.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은 아이다.

많은 학생들이 스치고 지났다. 그리고 남았다. 어려운 여건과 생활 속에서 그들은 맑고 건강하다. 그래서 그들의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뻑뻑하다. 오늘 용인농생고 1학년 원예반 아이들이 꾀를 냈다. 선생님의 날이라고. 형근씨의 날이라고 칠판에 크게 글을 써 놓고 파티를 준비하였다. 아마 오은아의 기획일 것이다. 은아는 내적인 성숙만 이루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을 이룰 수 있는 아이다. 아직 어리다. 산만한 관심사가 그를 어리게 한다. 시간이 흐를 것이다. 조금씩 아프고 성숙할 것이다. 이기준과 최예규는 결석이다. 노는 날이라고 학교에 오지 않은 것은 기준이고, 아마 늦장 때문에 등교를 포기한 것은 예규다. 일상은 늘 그렇다. 특별하달 수 없다. 많이 피곤하다. 학교에서 돌아와 늘어지게 잠을 잤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품종으로 가족이 늘었다. 복실이라고 이름을 만든다. 복이라도 실하게 들어오라고 말이다. 산책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