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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첫 물에 영혼을 씻고

by 나무에게 2013. 12. 24.

첫 물에 영혼을 씻고 / 온형근



첫 물에 영혼을 씻고 허드렛물로 상추를 기른다.

제1장 탁영탁족(濯纓濯足)
+ 첫 물에 영혼을 씻고 허드렛물로 상추를 기른다

“창랑(滄浪)의 물이 맑거든 그 물로 나의 갓끈을 씻는 것이 좋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거기에 나의 발을 씻는 것이 좋으리라.”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어부사(漁父辭)」, 『고문진보 후집』

주(周)나라 때부터 송(宋)나라 때에 이르는 고시(古詩) ·고문(古文)의 주옥편(珠玉篇)을 전집(前集) 10권, 후집(後集) 10권으로 만든 것이 고문진보이다. 전집은 고시(古詩), 후집은 고문(古文)으로 이루어졌다. 이 글은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이것을 줄여 탁영탁족이라 부르기 좋게끔 고쳤다. 보통은 ‘맑은 물에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 발을 씻는다’(淸斯濯瓔 濁斯濯足)로 회자되고 있다.

제천에서 원주 가다 보면 배론 성지 지나자마자 오른편에 ‘탁사정(濯斯亭)’이 나온다. 바로 굴원의 어부사에서 따온 정자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내 조부의 묘가 그 뒤편에 있고, 집안이 탁사정 주변의 토지와 관련이 깊음을 들어서 안다. 고전은 여전히 충분한 시간으로 대들어야 지닐 수 있기에 후세의 미진한 우둔을 이렇게 탁영탁족으로 대신한다. 어부의 부(父)는 노인(남자)에 대한 존칭이라 보면 된다. 어부(漁夫)와 다른 말이다.

초나라 때 굴원의 이야기다. 굴원기방 유어강담 행음택반 안색초췌 형용고고로 시작하는 고문이다. 스스로 정치에서 벗어나 나돌며 시를 읊조리는데 안색은 초췌하고 모습은 수척하다. 노인이 등장하고 굴원과 노인의 문답이 이루어진다.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세상이 모두 더러운데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 홀로 깨어 있다고 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니까 노인이 넌지시 운을 뗀다.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걸리지 아니하고 세상에 변해갈 수 있다. 세상 사람이 다 흐려져 있거든 왜 진흙탕을 휘저어 흙탕물을 내지 않느냐, 뭇 사람이 다 취해 있거든 그 찌꺼기를 씹고 밑술을 들이마시지,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높은 것을 세워서 스스로 추방을 당하는가.”

굴원이 들으니 야속하고 자기의 속을 몰라주는 노인이 섭섭하기만 했나 보다. 가만히 듣자 하니 노인의 뜻에 내 뜻이 잡히고 마는 형국이다. 이럴 때 한 마디 하지 않으면 잠자리가 불편할 것이다. 내처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내가 들으니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턴다고 하였오. 어떻게 맑고 깨끗한 몸으로 외물(外物)의 더러운 것을 받을 수 있겠소. 차라리 상수의 흐름에 나아가 강호(江湖)의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망정 어떻게 희고 흰 결백한 것으로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무릅쓸 수 있단 말이오.”

이때서야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탁영탁족을 말한다. 그리고는 떠난다. 한번 떠난 노인을 굴원은 다시 만나지 못한다. 나는 이것을 “첫 물에 영혼을 씻고 허드렛물로 상추를 기른다.”로 바꾼다.

제2장 목관목의(沐冠沐衣)

+ 머리를 감아 지난 일을 씻어내고, 몸을 씻어 다가오는 날들을 준비하라

어려서 많이 들었던 의관을 정제 한다는 말이 있다. 나도 모르게 자주 사용한다. 그냥 말로 전해 들었기 때문에 들은 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뭔가 출발지점에서 서 있을 때 행하거나 듣게 되는 자신의 정성스러움을 되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을 의미한다.

열하일기를 보면 글자를 모르지만 글월을 꿰고 사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 목춘(穆春)의 자는 수환(繡寰)이요, 호는 소정(韶亭)이며 촉 사람이다. 나이는 스물넷이요, 눈매가 그린 듯하나 글을 모르는 게 흠이다. 온백고(溫伯高)의 자는 목헌(軒)이며 촉의 성도(成都) 사람이다. 나이는 서른하나인데 역시 까막눈이다.

* 온ㆍ목 저 두 분은 입으론 봉황새를 읊을 수 있으나 눈으론 시(豕)와 해(亥)를 분간하지 못할 것입니다.

* 아주 이것이 모두 유행(流行)이랍니다. 한(漢 서한(西漢))이 육국(六國)을 세운 뒤에 문득 이 법이 그릇됨을 깨달았다 합니다. 이는 이른바 귀로 들어가서 입으로 새나오는 학문이라는 것이니, 지금 향교(鄕校)나 서당(書堂)에서도 한갓 글을 읽기에만 힘쓸 뿐 강의(講義)는 하지 않으므로 귀로는 똑똑히 들으나 눈으로 보는 건 아득해서, 입으론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모두 술술 풀려 나오지만 손으로 글을 쓰려면 한 글자도 어려울 뿐이랍니다.

「성경잡지(盛京雜識)」의 속재필담, 『열하일기』

민초들은 오랫동안 귀와 입으로 봉황새를 읊었다. 눈으로 글자를 분간하는 것은 남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 몰입의 정도가 빠르고 반응이 강하다. 배우지 못하였지만 듣고 행하는 것을 배운 후에는 한 치도 어긋남도 없이 지켰다. 오히려 자신을 가르친 선비는 이지러지고 어긋나더라도 어깨너머로 배운 민초들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내는 신념으로 가득했다. ‘의관을 정제’한다는 말도 그렇게 귀로 들었던 것이다. 출전을 알고자 애쓴 적이 없다. 그냥 입에서 동동 굴러다니는 용어인 셈이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일상에서 통용되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명심보감 입교편에 용모 단장과 의관 정숙이란 말이 나온다.

자꾸 굴원의 어부사가 의미 있다. 어부사에는 또한 이런 말이 있다.

新沐者 必彈冠, 新浴者 必振衣. 安能以身之察察, 受物之汶汶者乎.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어찌 능히 깨끗한 몸을 가지고 더러운 물건을 받을 수 있겠는가?

「어부사(漁父辭)」, 『고문진보 후집』

아주 정결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의관을 정제’한다는 것이다. 굴원은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葬江魚腹)’ 희고 결백한 것으로 세상에 사는 뜻을 세운다고 한다. 굉장한 의지이고 의연한 성품을 꾸밈없이 표현한다. 의관정제가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듯이 ‘목관욕의’는 그 자체로서 신성하다. 퇴계 이황 선생도 활인심방을 쓰고 행하면서 사셨는데, 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가다듬으면서 하루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머리와 몸을 나란히 다듬고 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지난 일을 씻어내고 다가오는 날들을 맞이하는 몸가짐으로 바꿔서 의미를 부여한다. 묵은 감정과 새로운 감정의 조화라고 여긴다. 머리를 감아 지난 일을 씻어내고, 몸을 씻어 다가오는 날들을 준비하라는 말이다.

제3장 묘계질서(妙契疾書)

+ 우리의 젊고 싱싱한 인연을 수시로 작성하고 정리하라

* 옛날에 전적(典籍)이 많지 않았을 때에는 독서하여 외는 것을 힘썼는데, 지금은 사고(四庫)의 책만 해도 한우충동(汗牛充棟)하니 어찌 일일이 읽을 수 있겠는가? 오로지 《역경》ㆍ《서경》ㆍ《시경》ㆍ《예기》ㆍ《논어》ㆍ《맹자》등은 마땅히 숙독하여야 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그 정밀한 의의를 얻으면 생각한 바를 수시로 차록(箚錄)하여야만, 바야흐로 실득(實得)이 있게 된다. 진실로 외곬으로 낭독(朗讀)하기만 한다면, 또한 실득이 없을 것이다.

「다산시문집 제17권」증언(贈言), 『다산시문집』, 고전국역총서, 민족문화추진회

원본을 여유당 전서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다.

古者典籍不多。裡書成誦爲務。今四庫書充棟汗牛。安得每讀。唯易書詩禮論孟等當熟讀。然須講究考索。得其精義。隨所思卽行箚錄。方有實得。苟一向朗讀。亦無實得也。

「 第一集詩文集第十七卷○文集」 贈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한국문집총간,  민족문화추진회

‘수소사즉행차록’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를 직역하면 ‘생각이 따르는 그곳에서 즉시 메모(차(箚)로 기록을 행하라’는 말이다. ‘차’는 차자(箚子)라고 하여 예전에 아주 간단한 상소문을 차자라고 했다. 정민 교수는 이를 ‘수사차록(隨思箚錄)’이라고 줄여서 말한다.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는 말이다.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은 쉽게 달아난다. 불들어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붙들어두는 방법으로 메모보다 좋은 것이 없다.”라고 강조한다.

수사차록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수사차록과 비슷한 뜻으로 ‘묘계질서(妙契疾書)’가 있다. 묘계는 번뜩이는 깨달음이고 질서는 놓치지 않고 즉각 메모하는 것을 말한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묘계(妙契)란 젊은 20대 초반에 맺은 인연 또는 약속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번뜩이면서 떠오르는 인연(깨달음)을 말함이다. 질서(疾書)는 질주(疾走)에서와 같이 빠르게 쓰라는 내용이다. 놓치지 마라는 말이다.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빨리 적는 것을 말한다. 여기 저기 메모 할 수 있는 종이와 필기구를 펼쳐 놓고 아무 때고 메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 아무 때고 적으라는 말이다. 수사차록과 묘계질서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뜻을 공유한다.

여기가 어디며, 나를 만난 당신은 누구이며, 어 그 말이 의미가 있네. 이곳은 예전과 달라 이렇게 변했네.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은 나와 무엇을 같이 느끼며 다르게 생각하는가. 사진도 찍고 기록도 하고 느낌도 적고, 행위도 이루어지고 하는 모든 것에 묘계질서가 있다. 놀면 뭐하는가. 자꾸 차록하고 질서 하는 것이다. 수사이든 묘계이든 가리지 않으면 통한다. 나중에 이를 잘 정리하면 머리보다 몸이 위대해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제4장 융회관흡(融會貫洽)

+ 모여서 녹이고 윤기 있게 한 꾸러미로 꿰어라

* 깨닫는 바가 있는 듯하다가도 도리어 황홀하고 어렴풋하여 도저히 그 문로(門路)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의심과 분한 생각이 마음속에 교차되어 거의 음식을 전폐하려고까지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보고 있던 모든 예서(禮書)를 다 거두어 간직하고서 오로지 《주역(周易)》1부만을 책상 위에 놓고 밤낮으로 깊이 연구하고 완색하니, 대개 계해년 늦은 봄부터는 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만지는 것, 입으로 읊는 것,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붓으로 쓰는 것에서부터 밥상을 대하고 변소에 가고 손가락을 퉁기고 배를 문지르는 것까지 하나도 《주역》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 《주역》의 이치를 융회 관통(融會貫通)한 뒤에 마침 남지일(南旨日 동지(冬至))을 만나 '오늘이 갑자년 일전(日躔)의 시작이다.'하고서 그날부터 건괘(乾卦)를 읽기 시작하여 64일 만에 두 편을 다 읽고, 또 20여 일 동안 대전(大傳 계사전(繫辭傳)) 두 편과 설괘(說卦)ㆍ서괘(序卦) 등을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널리 한(漢)ㆍ위(魏)의 학설을 찾아 구가(九家)의 설을 캐어보고, 당(唐)ㆍ송(宋)으로 내려와서 제현(諸賢)의 논을 상고해 보니, 오직 주자(朱子)의 괘변도(卦變圖)와 호체설(互體說)ㆍ점변법(占變法)만이 왕필(王弼)이 고루함을 통쾌하게 세척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자의 미언(微言) 묘지(妙旨)는 여전히 본의(本義)에 실려 있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여전히 뜻이 드러나지 않아 후생 말학들이 감히 손을 대거나 발을 붙이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다산시문집 제19권」-서(書) 윤외심(尹畏心)에게 보냄, 『다산시문집』, 고전국역총서, 민족문화추진회


다산 선생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게 주역 공부다. 다른 것은 모두 자신만만하던 다산이었건만, 주역만은 쉽지 않았다. 5년 여를 매달려 간행하고 또 고치고, 다시 보면 깨달음이 다르고 그런 연속된 시간들 속에서 주역과 함께 하였던 것이다. 어느 순간 깨우쳤다고 미소 지으며 황홀하다가 다시 안개 속으로 접어들게 된다. 문로를 찾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리고는 자존심에 분해하고 자신이 의심스러워 음식을 먹지 않는다. 결국 함께 펼쳐 보던 다른 책들을 모두 덮어 치우고 오로지 주역 1권만을 올려놓고 뚫어지게 응시한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읊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붓으로 쓰는 것에서 시작하여 밥상을 앞에 두고, 화장실에 가서까지, 손가락을 퉁기고 배를 문지르는 것까지” 오로지 주역만을 생각한 것이다. 다산 선생의 생활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전개된다.

若有所驀然開悟者。顧恍忽依俙。不得其門。疑憤交中。殆欲廢食。於是盡收斂諸禮書而藏之。專取周易一部。措諸案上。潛心玩索。夜以繼晝。蓋自癸亥暮春。目之所眡。手之所操。脣之所吟。心志之所思索。筆墨之所鈔錄。以至對飯登圊。彈指捫腹。無一而非周易。旣融會貫洽而後。適値南至之日。曰此甲子歲。日躔之始也。自其日讀乾卦。凡六十四日。讀二篇訖。又取二十餘日。讀大傳二篇及說卦序卦之等。於是旁求漢魏。以採九家之說。降及唐宋。博考諸賢之論。唯朱子卦變之圖及其互體之說。占變之法。痛滌王弼之陋。而朱子之微言妙旨。仍亦不載於本義。此所以因仍沈晦。而後生末學。遂不敢下手著脚也

「第一集詩文集第十九卷○文集」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한국문집총간, 민족문화추진회

위의 국역본을 여유당 전서의 원본으로 제시하였다. 장황하게 나열한 이유는 여기서 두 개의 키워드를 뽑아내기 위함이다. 그것은 잠심완색과 용회관흡이다. 잠심(潛心)이란 마음이나 가슴으로 잠기는 것을 말한다. 자맥질하듯, 땅 속을 흐르듯 마음을 푹 담그는 것을 말한다. 완색(玩索)은 항상 몸에 지녀 가지고 놀듯이 그렇게 탐색하라는 말이다. 무엇인가 찾아내는 일을 가지고 놀듯이 기꺼이 행하라는 것이다.

융회(融會)는 녹여 모인다는 것이다. 전에 전혀 모르던 어떤 것을 녹여서 다시 내용을 이룬다는 말이다. 새로운 앎이 전개되는 것이다. 관흡(貫洽)은 적셔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한 꿰미로 모두 젖어드는 것이다. 윤택하게 되는 과정이다. 모두가 하나로 이어져 윤택하게 된다. 꿰메지 않은 융회는 의미가 약하다. 꿰메는 일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융회 근처에서 스스로를 녹여야 한다. 화합이 되어야 융회가 이루어진다.

늘 잠심을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완색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융회관흡이 이루어진다. 잠심완색은 결국 융회관흡을 이루기 위함이다.

첫 물에 영혼을 씻고 허드렛물로 상추를 기른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여도 영혼을 씻을 수 있고 혼탁한 물을 세상에 쓸모 있는 물로 바꿀 수 있다는 역량을 지녀야 한다. 세상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대동소이한 율법에 의하여 오랜 세월 흘러간다. 머리를 감아 지난 일을 씻어내고, 몸을 씻어 다가오는 날들을 준비하라. 피하지 말라. 늘 의복을 정제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내 자신을 추슬러야 한다. 내 근기를 쉽게 버리지 말라. 우리의 젊고 싱싱한 인연을 수시로 작성하고 정리하라. 떠오르는 생각과 있는 그대로를 머리에 올리지 말고, 손을 이용해 직접 메모하라. 그리고 정리하는 일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게으르면 혼자되는 법이다. 모여서 녹이고 윤기 있게 한 꾸러미로 꿰어라. 어떤 일이든 놓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일 수록 오랫동안 잠심으로 완색한다. 오늘도 잠심을 가지고 장소 불문, 시간 불문 완색한다. 그래서 융회관흡을 이루는 것이다. 오래도록 융회되어 젖어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