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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청미래덩굴을 공부하다가

by 나무에게 2013. 12. 23.

청미래덩굴을 공부하다가 / 온형근

 

청미래덩굴을 다시 본다. 예전에 나무백과의 저자이신 임경빈 선생님의 나무에 관한 글은 미려했다. 나무백과의 모든 글이 전문성을 지닌 감성적인 문체여서 나를 사로잡았었다. 지금은 책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그 책을 손에 잡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책이 드물 때 임경빈 선생님의 나무백과는 밑줄 긋고 또 읽고 손에 떠나지 않았던 책이다. 나를 나무 근처로 이주하게 한 동력이 된 책이다. 아마 다른 도감류를 가지고 공부하였다면 나무와 친해지는 데 더 소요되었을 것이다. 물론 아카데미서적에서 나온 수목도감 역시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밝힌다.

나무공부를 하다보면 책마다 장단점을 발견한다. 약초나 나물에 관한 부분에서 막히고 나무 자체만으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다 최근에서야 조금씩 눈을 뜬다.  나뭇잎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차에 관심을 가지다 점점 나물로 먹을 수 있는 나뭇잎까지 문 두르리게 된다. 청미래덩굴이 수은 중독을 해독시켜주고, 그 연한 잎으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데에 와서 머리는 바빠진다. 사실 청미래덩굴은 그 뿌리를 채취하여 차로 마실 수 있게 유통되고 있다. 이를 '선유량仙遺糧'이라고 한다. 신선이 먹다 남긴 음식이라는 뜻이다.

마침 선유량이 있어 세속을 씻어내려 새벽부터 마시던 차에 더했다. 그러다가 문득 다양한 차를 모두 합쳐 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겨우살이로 만든 '동명차冬明茶', 복분자 열매로 만든 섬진강 야생 '복분자차', '구지뽕나무차', '쑥차', '산뽕순잎차'의 6가지 차가 차관에 모였다. 6가지의 차가 모여 제마다의 향을 뽐낸다. 내 코를 자극하는 향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마치 한약을 달인 듯한 진한 향기가 진동한다. 그러나 차 맛은 깊고 그윽하여 마치 공중부양의 느낌이 몸을 휘두른다.

오늘은 차관 가득 담긴 6개의 종합차로 땀을 내야겠다. 목감기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때에 나 역시 독감으로 목이 아팠다. 2일간 바른 자세로 선차의 자세로 마셨던 겨우살이 '동명차'에 큰 도움을 입었다. 이렇게 더 많은 것으로 혼합차를 만들어 마신다.  바깥나들이를 절제하고 책을 읽는 지금 매우 유익하고 기분이 상쾌하다. 시간이라는 것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부터 부지런하지 못하면 차를 마실 수 없다고 했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없다고 한다.  차마시는 시간 대신 다른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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