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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白藝術

출근길

by 나무에게 2013. 12. 24.

 

 

[출근길]

 

어둑해진 여주 이백리길 나서면 안개 스러지고
눈길 가로막는 산능선 봉긋해지라 햇살 바스라지고

나서면 그 길 되돌아 오는 법이다.
꿈틀대는 하루의 시작마다 늦게 배운 운전으로 긴장하는 생활이 사 년에 접어들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가슴 꽉 채운 기쁨으로 달리면서
희망을 쏟아 붓고 되돌아 오는 그 길은 석양 조차 보여주기 아까운 듯 캄캄해지더라.
이제와서 그 길이 이백리길이고 물정 모르는 나는 하루 사백리길을 달렸고
희뿌연 세상에서 하나 둘씩 골격을 드러내는 세상의 형태에서 머뭇댓고 그러면서
안개 혹은 햇살, 그리고 실루엣으로 가득한 산천의 기운으로 살아 낼 수 있었다.
나는 점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으로 가득 차는 거야.
어느날 그 길이 '근평 관리'나 하러 나서는 길이 되어 있는 거야.
이제는 희망을 이야기하러 나서는 게 아니었어.
나는 그제야 그 길을 접어야 된다는 생각을 만났어.
나뭇잎 바스러지듯 내 몸 구석마다에
이미 꿰멜 수조차 없이 헤진 골격을 드러내며......

출근길을 접는 날이라 여기며 나서는 날 나무와 쓰다
이천십년이월스무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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