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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07. 막힌 길로 들어서다 - 향수산 백련사

by 나무에게 2014. 2. 5.



007. 막힌 길로 들어서다 - 향수산 백련사(용인 가실리) / 온형근



처음에는 나한전이야기를 들었다. 

제법 정제되지 않은 기운이었다는 말을 듣고 그 기운은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었다. 작년 벚꽃철에 에버랜드 미술관의 환상적인 풍경이 그대로 떠오른다. 이렇게 알려진 공간 근처에 어떻게 사찰이 들어 있을까 싶다. 이정표나 어떤 정보도 여태 없었던 것을 보면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특정한 장소이리라. 가도 가도 길이 끝나지 않는다. 길은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고 아스팔트 포장도 이젠 훼손 정도가 제법 심각해진다. 좁은 길 곳곳에 차를 만나면 피할 수 있는 너비가 있는 것을 보면 이 길 역시 사람의 승용차와 함께 진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귀가 먹먹해진다. 고도가 그대로 느껴지는가 싶었는데 길 양편의 은행나무에서 눅눅한 안개를 고스란히 받고 서 있는 밑둥과 만난다. 길 아래 낭떠러지 같은 경사로 안개가 생성되어 밑둥 한 쪽으로 이끼가 형성되어 파란색 껍질로 견고하다. 은행나무와 안개와의 오래된 소통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법당에 들어가니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법문이다. 한쪽 구석에서 서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절을 하고 싶지만 공간이 좁다. 아예 눈을 감고 스스로 법당을 등에 맨다.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해진다. 사람들의 기원이 공기층을 채우고 있다. 두 분의 스님이 번갈아 경을 외운다. 음습한 안개에 싸인 사찰 건물 안은 맑고 청량하다. 이곳 안개는 풍경을 흐릿하게 가리지만 그 안의 사람들의 시선과 두 손모음은 명징하다. 오늘 법문이 있는 날이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라는 시작 시간 쯤에 법당을 나와 지장전과 나한전으로 향한다. 누군가 미리 경을 펴 놓고 정진 중이시다. 조용히 방석을 놓고 불전을 넣고 절을 했다. 그리고 바로 앉아 소주천을 돌렸다. 단전에서 등으로 치오를 때가 박력 있다. 상당히 고른 기운이다. 밖은 안개에 가득인데 실내는 이곳 역시 명료하다.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고 들린다.

법당에서 마이크로 하는 법문이 나한전까지 전달된다. 보살행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수처작주라고 하신다. 어디에 있던 주체적으로 한 해를 살라고 하신다. 처해진 곳곳에 진심을 다하라는 말을 화두처럼 지니고 살라고 하신다. 그게 보살행이라신다. 다들 수처작주라고 스스로 여기면서 살고 있지만 과연 진실로 수처작주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얼마나 많은 시공간에서 수처작주하지 못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상황에서 입처개진하지 못하고 있는가. 오늘을 살면서 진실로 수처작주 하고 있는지를 화두로 삼으라는 말이다. 나선다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나를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일게다. 수처작주를 위해서 내 자신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한다.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일이 수처작주일 것이다. 내 안의 나를 놓치는 일이 없게끔 내 모습을 또 얼마나 바라보아야 할까. 내 안의 나까지 없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