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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011. 늘 같아지는 마음이 대숲에 머문다 - 월명산 동국사

by 나무에게 2014. 3. 3.



011. 늘 같아지는 마음이 대숲에 머문다 - 월명산 동국사 / 온형근



조경문화답사회 '다랑쉬'는 

벌써 15년을 함께 했다. 이번 근대문화유산으로 군산을 선정한 것은 수많은 테마로 다양한 답사를 해왔기에 가능하다. 주제에 따라 똑같은 곳을 가더라도 그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많은 경험들이 녹아 있다. 그러나 다랑쉬가 군산 답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울산 회원이 군산이 가장 멀다고 했다. 다음 답사를 울산으로 정한 것은 그래서일까. 지난번 대구 골목길 답사에 이어 계속 도시 문화 답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약탈 과정에 이루어진 건축 유산이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이라는 걸죽한 이름으로 사람을 모으고 있다. 그만큼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갈증이 컸던 탓이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손쉽게 사라졌던가. 군산은 어째 미미하게라도 남아 있었을까. 새마을 운동도 피해갔으니 참 놀라운 일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사라진 건 미신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 마음 절집에 머물러

답사 내내 흔들렸다. 사전에 은적사를 가려고 마음 먹었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멀다하여 군산 세관을 중심으로 한 답사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조선은행, 일본 제8은행 등 많은 건물 근처에서 서성댔다. 복원된 일제 시대 건물들은 사람의 북새통을 이룬다. 전시를 위주로 하는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고, 찻집으로도 호황을 이룬다. 그러다가 답사팀이 찻집에 머물고, 나는 일행을 놓치고 길거리를 헤매면서 절집에 머물던 마음이 월명산 동국사를 찾게 된다. 사람이 가득 줄서 있는 앙금빵의 이성당을 지나 마냥 걸으니 동국사가 나온다. 일본에서 건축재료를 공수하여 지었다는 대웅전의 모양이 과연 낯설다.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법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국적 사찰의 분위기에 젖어본다. 웬지 쉽지 않다. 그 사이에 배터리는 방전되고 어느새 일행을 만날 수 없게 된다. 동국사를 나와 다른 골목으로 걷다 보니 다다미방 예약 불발된 고우당을 만난다. 월명동에는 이렇듯 복원되어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서는 것들이 많다. 


뼈마디가 새록새록 기지개로 꿈틀댄다.

혼자 저녁 식사 예약되었던 낙원 한정식을 찾았다. 전화기 충전하면서 행방묘연인 일행과 연락한다. 다음날 일찍 은적사를 찾았다. 법당이 매우 컸다. 그러나 아침 답사지에 동국사가 있어서 다시 발길을 했다. 그리고 일행 중 혼자 동국사 대웅전에 들었다. 할머니 1분은 긴 의자에 앉아 있고, 1분은 절을 하고 계신다. 나도 절을 하고 앉았는데, 등 뒤에서 시작하여 온 몸으로 돌며 뼈마디가 시원해진다. 새록새록 기지개를 펴듯 봄기운일지 오래된 이곳의 기운이 나선 것인지 아주 안온한 느낌이다. 동국사 뒷편 울창한 대숲의 기운이리다. 그 대쪽같은 기운이 동국사를 如如한 마음 가득한 곳으로 이끌었으리라. 전날 망설이던 법당 앞에서의 서성임은 무엇이었을까. 그 분별은 대웅전의 낯선 건축 양식이었으리라. 다음날 거리낌 없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법당 전면 문쪽에 가로로 놓인 나무벤치가 나를 편하게 했을까. 부처 마주보며 가로로 나무벤치 길게 놓은 법당 본 적 있었나. 무릎 아픈 할머니는 절을 할 수 없어 그렇게 벤치에 편안한 마음을 내려 놓을 것이다. 내 등뒤로 할머니의 미소가 다가와 있었다. 늘 그렇게 같은 마음으로 동국사는 한국 사람의 마음에 들쓰워져 편안해져 있다. 겉은 다 무어냐. 속이 알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