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붓자국이 없다고 하는 것은
먹이 흐리고 모호해서 분명하게 알아볼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글씨 잘 쓰는 사람이
장봉을 해서 송곳으로 모래에 선을 긋고
도장을 진흙에 찍는 것 같이 하는 것이다.
글씨의 장봉은 붓을 잡아 침착하면서도
통쾌하게 하는 데 달려 있다.
사람이 글씨를 잘 써서 붓 잡는 법을 알 수 있다면
유명한 그림에 붓자국이 없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옛사람으로서 왕인지와 같이
그리고 오늘날 사람으로서는 미불, 조맹부와 같이
글씨를 잘 쓰면 필시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고
그림을 잘 하면 반드시 글씨를 잘 쓸 수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는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錐畵沙 : 송곳으로 모래에 선을 긋는 것
印印泥 : 도장을 진흙에 찍는 것, 추화사와 대를 이루는 말이다.
藏鋒 : 글씨를 쓸 때, 붓끝을 필획 가운데 숨겨, 시작할 때와 정지할 때 뾰족한 붓끝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은봉 또는 무봉이라고도 한다. 장봉으로 쓰는 필획은 기세가 안으로 함축되어 힘있고 침착하며 무기력한 병폐가 없어, 渾厚하고 원만하고 윤택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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