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050-최한결, 방화수류정(암향을 찾아서.13)

by 나무에게 2013. 12. 23.

암향을 찾아서.13
-방화수류정


최한결



용머리 바위 위에
살포시 접고 않은

부용처럼 떠오른
우아한 그 자태를

용연龍淵도
물거울에 달아
보란 듯이 내민다


최한결, 얌향을 찾아서, 오늘의 문학

----------------
방화수류정은 자주 찾는 공간이다. 수원 화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빼어난 경관이다. 시인은 부용으로 방화수류정의 모습을 압축한다. 한국의 경관은 정자 문화다. 경치가 뛰어난 곳에는 반드시 정자를 지어 풍류와 더불어 삶을 이끈다. 정자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삶을 이끌고자는 인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아울러 경치가 좋은 곳을 자주 찾아 호연지기를 기르고 자기 내면의 수양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곧 수련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다. 방화수류정은 꽃과 버드나무를 전면에 드러나게 하면서 이면에는 찾는다(방). 따른다(수).라는 행위의 은밀함이 내포되어 있다. 한국의 수많은 정자 중에서 이처럼 잘 생긴 정자를 본 적이 없다. 군사적 목적으로 만든 화성에 빼어난 미모의 정자를 만들고 정자 아래는 군사를 주둔시키고 무기를 갖출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중적 잣대가 스며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을 하던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움은 모습에만 있지 않다. 시인이 부용으로 말했듯이 용연이 있고 정자 자체가 활짝 핀 꽃봉오리를 닮아 있는 것이다. 그 꽃은 부용일 수도 있고 함박꽃나무일 수도 있고, 쪽동백나무일 수도 있다. 근래에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대여점에는 있을지 모르지만 생산이 되지 않아 구입할 수 없는 영화다. 이 영화는 수원이 고향인 김의석 감독이 방화수류정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가끔 이곳을 지나면 영상으로 볼 수 있었던 방화수류정의 또 다른 모습이 떠올라 기쁘다. 산다는 것은 늘 똑같은 대상을 또 다른 의미소와 내용으로 풍요로운 사유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도 그런 맥락 속에서 시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6. 10. 22.. 온형근
------------------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2-반칠환, 은행나무 부부  (0) 2013.12.23
051-서영처, 낡은 책을 읽다  (0) 2013.12.23
049-손세실리아, 늙은 호박  (0) 2013.12.23
048-도종환, 별들의 휴가  (0) 2013.12.23
047-도종환, 산경  (0) 201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