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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003. 잣나무

by 나무에게 2014. 1. 30.

잣나무 / 온형근

 

 

 

새하얀 구름 보면서 짐작하였다

지친 나를 맥없이 잡아끄는데 어쩌라고

 

 

먹구름 낀 날은 사랑스럽다

자꾸 나를 하얀 구름으로 만드는 것을

 

허한 가슴과 눈길을 붙잡고는

거침없이 소나기 쏟아지는 날처럼

잣나무 숲 짙은 우울의 상승 기류

버틸 재간이라도 있었겠냐고

 

바늘 같은 잣나무 잎

흔들려도 엄중한 숲길을 이루는데

산을 에워싸던 뭉게구름도

해겁게 가라앉을 줄 아는데

 

불그스레한 줄기 근처에 머물다 보면

파르르 몸 떨리는

서늘한 달빛이

억장 같은 가슴으로 파고 드는 걸

 

산줄기 당겨 와 두들겨 패대는

새파랗게 부풀어 오른 잣나무

울부짖다 금방이라도 터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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