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 / 온형근
새하얀 구름 보면서 짐작하였다
지친 나를 맥없이 잡아끄는데 어쩌라고
먹구름 낀 날은 사랑스럽다
자꾸 나를 하얀 구름으로 만드는 것을
허한 가슴과 눈길을 붙잡고는
거침없이 소나기 쏟아지는 날처럼
잣나무 숲 짙은 우울의 상승 기류
버틸 재간이라도 있었겠냐고
바늘 같은 잣나무 잎
흔들려도 엄중한 숲길을 이루는데
산을 에워싸던 뭉게구름도
해겁게 가라앉을 줄 아는데
불그스레한 줄기 근처에 머물다 보면
파르르 몸 떨리는
서늘한 달빛이
억장 같은 가슴으로 파고 드는 걸
산줄기 당겨 와 두들겨 패대는
새파랗게 부풀어 오른 잣나무
울부짖다 금방이라도 터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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