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라 휘젓는 봄을
온형근
활력 넘치는 산천으로 소소하게 바람이 분다.
우듬지 몇 개 부러져
성록의 잎 난타로 흔들리고
떡갈나무 사이로 햇살 파고들어
지상으로 빛과 그늘을 요분질 하는
가느라 사각대는 봄
나는 없었네
곡해의 심지만 키워 낸 봄을
묻힌 세월에서 한 걸음도 비켜서지 못했네
층층나무 흰 꽃 바래는 동안
국수나무 노랗게 몽울 터지는 덤불이 되고
가슴은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위리안치된 채
떡갈나무 빛살로도 휘젓는 봄을
도대체 어쩌자고 쫄밋거리는 통찰이냐
-다시올문학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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