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산중 중용

나무에게 2024. 10. 23.

산중 중용

 

산중 중용

온형근

 

 

 

잿빛이라고도 했다. 잿빛이어서 한 줌 재로 화변하는 거란다.

산중에 치유의 힘이 있다면 음이온과 양이온이

견줄 바 없이 고르게 작용하기 때문일 게다.

이기려는 작용 없다면 성질머리 두둑 생겨나지 않겠고

지려는 회피 없다면 캉캉 짖어대며 이빨을 내보이지 않겠지

양 극단이 임천으로 들면서 녹아든다.

그만두게 하려는 마음이 요동치듯 심할 때

내가 먼저 작위를 내려놓고 산중에서 익힌

햇살과 그늘이 교직하면서 내는 반짝반짝을

집어 내어 중용이라고 떠 올릴 것을

임천의 이 반짝반짝을

반짝반짝 갸를 끄집어 내면

잿빛 중용에 들 수 있는 것을

 

 

창작 메모

원림을 거니는 일은 치우침의 일상을 저만치 거리두기에 다름아니다. 산중에 치유의 힘이 도사린다. 내가 부족한 음과 양을 조절한다. 중용의 기운이 스민다. 낙엽의 냄새와 새잎 돋는 신록의 청빈이디. 윤기와 상관없이 반짝이는 눈매로 작위를 내려 놓게 한다. 어떨 때는 잿빛이었다가 눈부셔 감당 못하는 햇살이다. 이기고 짐이 한 줌 재로 변하고 있음을 간증한다.

'::신작시:: > 조원동 원림 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음정 신록  (0) 2024.10.23
늦봄 안개 숲길  (0) 2024.10.23
산중 격식  (0) 2024.10.23
묵은 솔잎  (0) 2024.10.23
조원동 원림 - 외원外苑.01  (0) 2024.10.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