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소쇄원 멧비둘기

나무에게 2024. 10. 20.

 

소쇄원 멧비둘기

온형근

 

 

 

광풍제월은 멧비둘기의 덕목일까

비 개인 청명을 저 곡조로 풀어 낸다.

신라의 동궁과 월지에서도 구슬프더니

제월당으로 가을볕 맥없이 환한 날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 두리번을 멈추게 한 건

봄부터 마음 고생 끊이지 않던 멧비둘기

밝은 잿빛 날개 등줄기에서 얼레빗처럼 드리운

등 곧추 세운 큼직한 근경이 새의 정물되어

눈길 멈춤 없이 후두둑 날아가려는 찰나

 

창작 메모

멧비둘기 울때 주변은 깊어진다. 비 개인 청명을 그 곡조로 푼다. 경주의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한 멧비둘기 미세 판박 그림을 보며 세월을 건너 멧비둘기의 구슬픔을 공유함을 안다. 제월당의 가을볕 아래 환한 날 천천히 걷다 멈추곤 한다. 밝은 잿빛 날개의 등줄기에서 얼레빗처럼 드리운 어깨죽지를 가까이 근접한다. 소쇄원 멧비둘기의 큼직한 정물에 눈길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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