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분재
온형근
남모르는 시간,
발뻗으려 힘주다 종아리에 쥐가 나는
갈 곳 막혀 빵빵해진 거기를 칼로 찌르면
모세관으로 흐물흐물 묽어질까
팽팽하게 샛노랗게 피어날까
얇은 꽃망울 안에서 이미 다 벙거진
가을 분재국, 옹기 화분 내딛고 피었으니
친구의 마음이 은은하여 아득하다.
질리지 않는 복성스러운 노랑
기러기 날아들고 참새 숨고
국화 환해지는 줄 왜 몰랐을까, 소설 즈음하여
입동 지났고 대설 앞두었으니 이 늦가을로
쫑알쫑알 뒤쳐 둔 노란 그리움만 뭉게뭉게
시작 메모
남모르는 시간, 발뻗으려 힘주다 종아리에 쥐가 나는 순간, 나는 갈 곳이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마치 내 몸이 이 계절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곳을 칼로 찌르면, 모세관을 따라 흐물흐물 묽어질까? 내 안의 긴장과 불안이 풀어지는 것일까. 팽팽하게 샛노랗게 피어날까? 얇은 꽃망울 안에서 이미 다 벙거진 가을 분재국이 내 마음을 비춘다.
옹기 화분에서 피어난 그 꽃은 친구의 마음을 은은하게 전해준다. 그리움은 질리지 않는 복성스러운 노랑으로 물든다. 나를 더욱 아득하게 만든다. 기러기가 날아들고, 참새가 숨는 순환에서 잊혀진 감정을 떠올린다. 국화가 환해지는 줄 왜 몰랐을까? 소설 즈음에서야 입동이 지났고 대설을 앞두고 있음을 안다. 이 늦가을이 참 좋다.
쫑알쫑알 뒤쳐 둔 노란 그리움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을 만든다. 풍경은 변화가 아니라, 내 안의 복잡한 감정이다. 계절은 그리움의 깊이를 선물로 준다. 늦가을의 따뜻한 색을 통하여 주변을 다시 살핀다.
국화 분재가 주는 늦가을이 감정의 거울이 된다.
2024.11.19 -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 느티나무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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