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천안 애오려 원림

나무에게 2025. 8. 1.

천안 애오려 원림

온형근

 

 

 

흔적 남김 없이 살다 가라고 가슴팍에 새겼더니

도처 폐사지만 만나면 설레더라, 살던 곳이었나?

 

지상을 비워 낸 허허로움이면 요모조모 다를 바 없으련만

쓸쓸하고 애닳고 멀고 가까운 그리움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칠흑같이 어둡던 허공 가득 채운 빛나는 별이 되어

여덟 경치를 벗 삼아 우주를 관측하던 누각에 이른다.

 

남산의  봄이 머무는 언덕 집은 때맞춰 모인 친구들과

관현악 정악 합주에 그윽하고 까마득한 풍류 한 판

시들하면 천안 애오려 원림으로 발길 옮겨

천문을 관측하며 하늘의 입장으로 사람과 사물을 잇는다.

 

낮에는 연못에 띄운 배에 머물다 농수각에 오르고

밤이 되면 보허교 너머로 달빛 걸어와 환해진 의관이

버드나무 신초를 만나 이빨을 고치하듯 파르르 떤다.

수면 위로 달빛이 잘게 갈라지며 흔들리는 동안

거문고 멈추고 향산루 돌아보며 옛 친구와 동무한다.

 

*천안 애오려 원림 - 홍대용의 대표적인 거주지이자 학문 탐구의 공간인 ‘애오려(愛吾廬)’는 청주 수촌(淸州 壽村)에 위치한다고 했다. 이곳은 그의 스승 김원행(金元行, 1702~1772)이 ‘담헌(湛軒)’이라는 당호를 붙여준 곳이며, 홍대용은 이를 자신의 자호로도 사용한다. 청주 수촌이 청주목에서 목천군, 그리고 1914년 천안군으로 편입한다. 오늘날 ‘애오려 원림’이 장산리 장명 마을에 위치한 연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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