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들의 반발
온형근
가끔 새로운 놀이를 즐긴다.
즐거움은 여행의 속성을 닮았다.
수시로 새로움을 개괄하는 연습과 훈련
시공간을 달리하며 닿을 수 있는
의지로 만드는 새로움은 각성이다.
매일 먹는 끼니조차 똑같으면 안 되는
완전한 주체는 끼니의 전후를 스스로 결정한다.
차생활에서 받은 습속이기도 하다.
똑같은 차를 줄기차게 연작하면
몸에서 차를 물로 여긴다.
차의 개성은 몸의 적응 기제를 가소롭게 여긴다.
이뇨까지 돕지 않을 정도라 바꿔 준다.
적당히 그때그때 불규칙에 근거하여
순환시키면 속성 파악이 더딘 몸이 속는다.
차의 온전한 기운은 사람의 선호에서
저만치 멀리 벗어난 낯선 손님
이 차, 저 차, 여차여차 할 때
그럴 때 차는 온전한 기운을 낸다.
시작 메모
새로운 놀이를 즐길 때마다 나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각이 내게 말을 건다. 차를 마시는 순간도 그렇다. 매번 같은 차를 마시는 것은 단조로움을 부추긴다. 몸이 그것을 물처럼 여길 때, 나는 차의 개성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차가 주는 온전한 기운이 흐릿해진다. 그럴 때 나는 차를 바꾼다. 새로움은 의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 몸은 속는다. 낯선 차가 건네는 기운에 익숙해지기 전, 나는 그 차가 가진 속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차는 나의 선호를 비껴간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닐 때, 내가 기대하지 않은 향이 스며올 때, 차는 나를 깨운다. 매일의 끼니조차 똑같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스친다. 완전한 주체는 끼니의 전후를 스스로 결정한다. 그것이 내가 차에서 배운 습속이다.
나는 차를 순환시킨다. 이 차, 저 차, 여차여차. 그때그때 불규칙하게 고른다. 몸이 적응하지 못하도록, 차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차의 기운은 낯선 손님처럼 다가온다. 익숙하지 않아서 더 선명하다. 차를 마시는 일은 새로움을 개괄하는 연습이다. 차가 내 몸을 속이고, 나는 차를 통해 세상을 속인다. 낯선 기운이 내 몸에 스며들 때, 나는 각성한다.
차의 기운은 사람의 선호를 초월한다. 그것이 내가 차를 마시는 이유다. 매번 새로움을 마주할 때, 나는 여행을 떠난다. 차는 나의 여행 동반자다. 나를 속이고, 나를 깨우고, 나를 이끈다. 온전한 기운을 내는 차는 나의 일상에 낯선 손님처럼 찾아온다. 나는 그 손님을 맞이한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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