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상수리나무 엽서

나무에게 2024. 11. 22.

상수리나무 엽서

온형근

 

 

 

백마강 부소산 절벽

꼭대기,

강 건너 멀리 청마산을 돋움하여

안개 걷힌 가을 하늘 깊다 했더니

상수리나무 지는 잎 바람 거슬러

서걱대며 끝 모를 비상

부딪칠 때마다 들려오는 화음

경사진 산하로 사각사각

쉼 없는 방언 날리며 사부작댄다

 

상수리나무 엽서는 잎새에 빼곡

긴 강줄기에 그림자 남기지 않고

바람길에서 벗어나 하직 인사

낙엽 굴리며 뭉친 무리에서

바스락 소리로 입체를 이룬다.

꼬리 길게 이어진 금강 줄기로

속절없이 흐르는 강물을 닮아

오가며 기쁨이고 소멸이었다.

 

시작 메모


가을날, 부소산 절벽 위에 서서 백마강을 바라본다. 내 마음은 허공을 떠돈다. 저 멀리 청마산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깊어가는 가을 하늘은 시간의 깊이를 보여준다.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상수리나무 낙엽의 춤사위이다. 바람을 거스르는 낙엽의 움직임의 역동성을 본다. 작은 편지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채 공중을 날아다닌다. 서걱거리는 소리는 교향악처럼 들린다. 낙엽이 만들어내는 입체의 움직임은 군무 같다. 때로는 흩어지고, 때로는 뭉치면서 리듬을 만든다.
강물 위로 떨어지는 낙엽을 본다. 삶은 순환이다. 떨어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소멸 또한 기쁨이 될 수 있다. 삶이 곧 그러하다는 통찰에 이른다. 상수리나무 낙엽 하나하나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넘어, 존재의 본질적인 모습을 담는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는 작은 생명체의 속삭임이다. 시가 되어 내 안에서 울린다. 자연의 풍경이 삶과 죽음, 순환과 영속성으로 이어진다. 백마강의 유구한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춤사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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