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산조
온형근
나뭇잎 물기 빠져 마른 채 틀어 올린
빛나는 갈색 단풍 가득 깔린 숲길로
영롱한 기억을 재촉하는 단풍의 흩날림
세상을 다 가진 듯 오밀조밀 오솔길
흥얼거리는 한가로움 그득하다.
흥겨운 붉은 가을 단풍의 시샘일까
춥기 전까지 매달고 있기에 버거웠을까
잔잔한 바람에도 기꺼이 잎꼭지를 끊고
능선 좌우 비탈숲은 울긋불긋 휘두른다.
단풍은 기약없이 머물며 산조를 불어제친다.
시작 메모
늦가을 산행에서 마주한 단풍나무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비 온 뒤라 나뭇잎들의 물기가 빠져나가 바싹 마른 모습이 왠지 애잔하다. 하지만 그 마른 잎이 만들어내는 갈색 빛깔은 깊이 있고 성숙하다.
오솔길을 걸으며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을 때마다 지난 기억이 피어오른다. 단풍잎 하나하나가 추억의 조각인 것처럼 따라잡는다. 좁다란 산길을 따라 이어진 단풍나무는 위요된 산길이 준비한 가을 전시회이다.
문득 바람이 불자 나뭇잎이 흩날린다. 단풍잎이 마지막 춤을 춘다. 차가운 겨울이 오기 전 나무가 잎을 놓아주는 순간의 아름다움이다. 서글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능선을 따라 펼쳐진 울긋불긋한 풍경은 원림이 만든 한 폭의 산수화이다. 단풍이 들고 지는 과정의 자연스러움 속에 담긴 삶의 순환이 와 닿는다.
'산조를 불어제친다'라는 표현을 통해 단풍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음악성을 담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잎의 소리가 마치 산속의 은은한 멜로디처럼 들린다.
늦가을의 정취와 감성을 즐긴다.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생명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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