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통증
온형근
임천이 무겁게 가라앉아 그윽하고 고요하다.
멀리 에두른 숲은 걷히지 않은 밤안개 한창
짙은 가을 숲길 뒤틀리고 삐걱대는 중심으로
억지로라도 바로잡아 협착에서 벗어나려는 듯
어둑한 숲길을 쪼그렸다 펴는 애틋한 통증
낮게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 동안에 낙엽은 우주의 삼라만상에 깔렸으니
바스락대며 오솔길을 마주하며 살아온 맨발의 황톳길
발 빠질라 바로 빼고 내 디딜라 단단함 살폈으니
흔적도 없이 쓸려 간 아름다운 시절도
이승에 남긴 낙엽처럼 파르르 떤다.
시작 메모
가을 저녁을 조원동 원림으로 걷는다. 임천이 무겁게 가라앉아 고요함을 품었다. 멀리 에두른 숲은 걷히지 않은 밤안개로 뒤덮였다. 짙은 색감으로 가득하다. 길은 비틀리고 삐걱댄다. 중심이 흔들린다. 억지로라도 바로잡으려 애쓴다. 어둑한 길은 쪼그렸다 펴지며 애틋한 통증을 드러낸다.
낮게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다. 낙엽은 우주의 삼라만상에 깔렸다. 바스락대는 소리는 기억의 파편처럼 흩어진다. 오솔길을 마주하며 살아온 맨발의 황톳길이다. 발이 빠질까 조심스레 내디딘다. 단단함을 살핀다. 흔적도 없이 쓸려 간 아름다운 시절이 떠오른다.
이승에 남긴 낙엽처럼 모든 것이 파르르 떤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혀질 수 없는 찰나가 스친다. 고요한 숲속에서 느껴지는 애틋함과 통증은 그 자체로 깊은 여운이다. 걸음걸음마다 감흥 스민다. 하나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잊혀진 기억과 해후한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연연하지 않는다. 저 서로 다른 색감의 낙엽을 읽는다. 바람이 낙엽을 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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