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정湖安亭에서 물끄러미
온형근
낙엽 지독하게 몰아 털던 날은 호안정에 앉는다.
호수에 폐부를 시원하게 씻는다.
심호흡하는 잠휴정도 전망이 사정없이 훤하게 열렸다.
숲이 꽉 찼을 때는 바퀴 소리도 폭포라 여겼었는데
용궁으로 모실 토끼가 보이는 한철이다.
겨울 숲은 넓고
눈 내린 숲은 기어코 광활하다.
숲길은 버석대다 숨죽이며 가라앉으며
천천히 계절의 변화에 잦아든다.
원림을 오를 때 벗고 서 있을 때 입는 동안
따닥따닥 모로스 부호로 관절이 울린다.
낙엽 긁히는 소리에서 퍼뜩
일상에서 정성을 다할 뿐임을
의로운 생활이란 모난 생각을 바르게 펼치는 것임을
내 안이 절로 선다.
호젓한 나목의 원림 길에서
자꾸 누군가 따라나선다.
의로써 바깥을 두르고
정성으로써 내 안을 바로세우니
하루를 실천적 경과 의에 둘 일이다.
정해진 원림 코스를 완주한다.
시작 메모
낙엽이 지독하게 몰아친다. 호안정에 앉아 호수에 폐부를 씻는다. 숲길을 걷는다. 버석대는 낙엽 소리에 계절의 변화를 퍼뜩 깨닫는다. 의로운 생활이란 모난 생각을 바르게 펼치는 것이다. 정성으로 내 안을 바로 세운다. 하루를 실천적 경과 의에 둘 일이다. 다짐하며 원림 코스를 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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