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겨울비
온형근
우산 없이 나선 산행 출근에서
한 방울 뺨을 때릴 때부터 이건 다르다며
빨리 걷다가 뛰다시피 완이재를 두들겨 내려왔다.
쏟아지는 것들은 맥락 없이 거침없다.
마른 옷가지와 머리카락이 기척하기 전
비 피할 수 있겠다 했으나
늦었다.
기세 좋은 점령군처럼 쏟아붓는 데에는
멀찌감치 물러서 맑은 날을 기다릴 수밖에
어느 집 큰 대문 아래 쪼그려 협착을 풀고
쳐다보니 푸른 잣나무 사이로 허연 빗줄기
완연하여 분명한 실존이 아스팔트를 적신다.
빗물이 튕겨져 내디딘 좁은 지붕 아래도 젖는다.
느닷없이 겨울비 오래도록 내린다.
몸 덥히면 다시 뛰듯 나서야 할 듯
Suddenly Winter Rain
OHN Hyung-geun
On my way to work hiking without an umbrella
From the moment a single drop hit my cheek, I knew this was different
Walking fast, almost running, I hurried down Wan-i -jae Pass.
Things that pour down are relentless without context.
Before my dry clothes and hair could sense it
I thought I could avoid the rain but
It was too late.
Like a mighty occupying force pouring down
All I could do was step back and wait for a clear day
Crouching under someone's large gate to catch my breath
Looking up, white streams of rain through green korean pine
Clearly and distinctly exist, wetting the asphalt.
Even under the narrow roof where I stepped, splashing water makes it wet.
Suddenly winter rain falls for a long time.
Once I warm up, I feel I should set out again, almost running
시작 메모
비 오는 아침, 우산 없이 나선 산행 출근은 특별하다. 첫 방울이 뺨을 스칠 때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건만. 걷는 속도가 빨라지고 결국 뛰듯이 완이재를 내려온다. 비는 쏟아진다. 그 흐름은 맥락 없이 거침없다. 마른 옷가지와 머리카락이 기척하기 전 비를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지만 이미 늦었다. 기세 좋은 점령군처럼 쏟아진다. 멀찌감치 물러서 맑아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교문 아치 아래 쪼그려 앉는다. 푸른 잣나무 사이로 허연 빗줄기가 완연하다. 아스팔트를 위에도 선명하다. 빗물이 튕겨져 내디딘 좁은 지붕 아래도 젖는다. 느닷없이 내리는 겨울비는 오래도록 계속된다. 몸을 덥히고 다시 뛰어야 한다. 비 내리는 소리가 마음을 흔든다. 다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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