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산중 해제

나무에게 2024. 11. 15.

산중 해제

온형근

 

 

 

   조원동 원림에 들면

   꼭두새벽이든 한낮의 해가 번잡하든

   오천여 걸음 정도 나아갔을 즈음하여

   온갖 꼬여 풀리지 않던 생각이 순서를 잡기 시작한다.

   송간세로松間細路 지나니 잠휴정 지점 폭주 소리로 번잡이 휘발한다.

   상강 근처 햇살로 오솔길 바라보던 산초나무가 찰랑찰랑 빛난다.

   풀리지 않아 살살 아팠던 지리멸렬에

   숲길 따라나서는 산행 출근의 해제 시간은

   신산고초를 산바람 몇 줄기로 씻어내며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 자락을 쪼그려 줍느라 잴 수 없다.

 

시작 메모

조원동 원림에 들면 산중에서의 해방감을 만난다. 산행에서 일상을 벗어나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나에게 매우 의미 있다. 꼭두새벽이든 한낮의 해가 번잡하든, 그 순간의 경험은 항상 다르지만 결국 같은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늘 변화하지만, 자연 속에서는 그 변화가 오히려 나를 안정시킨다.

산속에 있을 때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을 느낀다. 소리와 빛이 주는 안도감이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연의 품에 안긴 듯한 기분이 든다. 송간세로를 지나며 듣는 소리는 맑고 깨끗하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의 소음과 대조를 이루며, 이 소리가 어떻게 마음을 치유하는지를 알게 한다. 상강 근처의 햇살과 산초나무의 모습은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자연이 주는 위안을 표현한다.

풀리지 않아 살살 아팠던 지리멸렬한 생각은 잠들고, 원림에서 스스로 해소된다. 산행이 주는 해방감은 압도적이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은근한 기쁨은 가을 자락을 남기고, 가을의 여운은 잊지 못할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조원동 원림에서의 해제는 단순히 출근의 의미를 넘는다. 산행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순간이 된다. 저무는 것들에게 연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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