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조원동 원림 - 외원外苑.02

나무에게 2024. 11. 13.

조원동 원림 - 외원.02

온형근



   명경대 호안 늠름한 장송 구갑 노송 되어 장엄하다.
   버찌마루길 벤치에서 단애취벽 푸른 호수
   열음정 세운 도툼한 산세가 수면을 품는다.

   팔각정 여울에 둘러앉은 허우적대는 시선들
   원각루 지나 배살재에서야 울컥, 누가 볼까 멈춰 선다.
   열음정 샛길로 추스른 소나무에 걸터앉아
   먼 산 안개로 부스스한 형제봉 아스라이

   당기며 끌던 몸을 기어코 추야대 좁은 입구로 이끈다.
   깊은 가을이어야 쓸쓸함을 걷어내는 첨광대에서
   두루 편안한 호수의 잔잔한 물결에 호안정 띄운다.

   세월은 유수 같아 지나가는 순간에 언뜻 놓이는 것
   폭포 소리 하나만 우레 같은 잠휴정에서 귀를 연다.
   송간세로 따라 터벅거리며 지친 몸을 들여다본다.

시작 메모

조원동 원림의 외원을 걷는다. 명경대 호안의 장엄한 풍경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늠름한 장송과 구갑 노송의 모습이 편안하다. 내가 이름붙인 버찌마루길의 벤치에서 바라본 단애취벽과 푸른 호수는 절경이다. 기쁜 소리를 듣는 정자인 열음정과 도툼한 산세가 수면을 품는 모습에 편승한다.

팔각정 여울에서의 허우적대는 시선들을 포착한다. 원각루를 지나 배살재에서의 숨찬  감정 변화를 담는다. 열음정 샛길의 소나무에 걸터앉은 순간, 안개 낀 형제봉의 아스라한 모습으로 흐뭇하다. 추야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첨광대에서 느끼는 가을의 쓸쓸함과 위안을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호안정의 모습에 담는다. 세월의 흐름과 순간이 소중하다. 잠휴정에서 들리는 폭포 소리는 우렁차다. 송간세로를 걸으며 느끼는 피로는 자아성찰의 달콤함에 가신다.

여기서 이 작은 존재감을 계절의 변화에 수등한다. 풍경의 흐름을 연결 짓는다. 장소마다에 각각의  사색이 세밀하다. 어느듯 내면의 변화를 그려낸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풍경과 감정의 변화는 고요함 속에서 느끼는 내적 울림이다. 아름다움의 감성은 풍경의 조화로움으로 표출된다. 걷는 행위를 통한 사색과 성찰의 과정이 외원의 뚜렷한 드러냄이다.

 

2024.11.12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 부여 반산호에서

 

부여 반산호에서

부여 반산호에서온형근      가을 호숫가로 밤새 부옇게 가린 수런수런   해가 뜨니 부스스 기지개로 스캔하곤   순식간에 이야기 멈추고 훈기를 날린다.    앞길 구만리 들판 말달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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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1 -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 재나무

 

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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