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하다
온형근
차분할 때는 몸의 동작도 공손해진다.
호흡은 깊어 낯선 우주를 떠 다니고
선선한 다가섬이 두터운 진공 외벽을 두른다.
아무도 찾지 않으려는 신비를 만난다.
평범하여 눈길조차 닿지 않는 너의 수다에 내가 있다.
매력적인 순간이었냐고 묻는다.
오솔길로 낙엽은 부산하게 부스럭대고
쪼그려 앉은 귀기울임 속으로 곧장 장렬하게 떨어진다.
숲이 헐렁해지는 사이 잦아지는 새의 출몰
멈춰서서 나아갈 곳도 없는데 휘둘리는지를
고요의 숲을 꼬리와 깃이 푸른 물까치
떼 지어 언덕받이에 부리를 쪼며 수시로 쏘아본다.
시작 메모
숲이 헐렁해진다. 눈에 띄는 새들 많다. 길가 산능성 초입에는 들고양이와 물까치떼가 분주하다. 나는 한없이 고요해지려는데 주변은 역동적이다. 호흡은 원림과 하나가 되어 나무의 숨결이다. 발길은 향하고 있으나 기실은 멈췄다. 정지한 영상으로 새가 날아들고 낙엽이 쌓인다.
2024.10.24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 산길 마당
산길 마당
산길 마당온형근 산길, 오솔길, 송간세로를마당 쓸 듯 선명한 빗자루 자국 파임뉘라서 싸리비 굵기를 골 패도록 시전했을까밟혀서 단단해진 길바닥을 긁어내는 존재감매일 지나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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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 누가 쓸었을까
누가 쓸었을까
누가 쓸었을까온형근 나뭇잎 그냥 떨어지지 않더라여름 태풍 때 몰려다니다 남은 비바람숲 능선 움푹 팬 늘씬한 능선에 붙잡혀숨 고르며 한 점의 바람도 입김도 삭아다시는 회복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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