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쓸었을까
온형근
나뭇잎 그냥 떨어지지 않더라
여름 태풍 때 몰려다니다 남은 비바람
숲 능선 움푹 팬 늘씬한 능선에 붙잡혀
숨 고르며 한 점의 바람도 입김도 삭아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듯 누웠더니
가을 선선한 바람 촉발하는 기미에 합류
미처 털지 못한 숲을 온전히 거둔다.
산길은 층층 쌓인 낙엽으로 발에 치이고
사라진 길의 평면은 시끄럽게 파헤쳐 분간 어려운데
며칠 새 환하게 맨얼굴 드러낸 오솔길은
고른 치열로 긁어 댄 빗자루 자국으로
완이재에서 산목재까지 누구였을까
보이지 않는 시간에 누가 쓸었을까
활짝 열린 숲으로 내려다보는 호수 편안하다.
시작 메모
여름 태풍에 시달리던 비바람이 숲 능선을 휘감는다. 숨을 고르며 누워있던 나뭇잎들이 가을 바람에 숲을 가득 메운다. 낙엽의 산길은 어지럽게 흩어져 구분하기 어렵다. 며칠 새 환하게 드러난 오솔길에는 누군가 쓸고 간 빗자루 자국이 선명하다. 완이재에서 산목재까지 밤사이 쓸고 간 이가 궁금해지는 풍경이다. 그 덕분에 숲이 활짝 열리고 호수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2024.10.24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 찬란한 가을
찬란한 가을
찬란한 가을온형근 기대지 않아도 쳐다볼 때 싱그러워말간 오솔길 누구의 빗자루가 쓸고 갔나한없이 무탈하게 쳐다보다 발목 꺾인다.화려하여 눈부시다더니 찬이슬 맞고서야이승의 한
ohnsan.tistory.com
2024.10.24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 그늘의 심도
그늘의 심도
그늘의 심도온형근 유월 중에서도 드문 날이 그늘 깊은 날이다. 깊다는 말이 우물이나 보조개 정도였을까 숲길이 깊어지는 건 그늘의 심도이다. 그늘 1과 그늘 10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ohnsan.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