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온형근
가을을 만끽한다는 건
솔숲길로 솔갈비 두툼하게 가득 깔린 돌계단
사뿐사뿐 대숲을 촘촘히 걸쳐 입고 오르는 일
이고정 그루터기에 평생을. 혹사하였음직한
베어진 줄기 엉덩이 크기의 말구지름에
걸쳐 앉아 구름 펼쳐진 추야대 건너 들판을 펼쳐본다.
힘든 고개마다 몰고 왔던 뚝심 같은 거 뭐였을까
느긋하게 기다리면 생채기 내지 않아도
형제봉 스스로 가두었다 풀었다 완급 없이
이고정 그루터기에 꼼짝없이 붙박힌 뒷모습
계절이 어울려 건너오듯 느긋한 것을
시작 메모
조원동 원림의 가을 풍경을 배경으로 삼는다. 가을의 한가운데를 솔숲길로 펼친다. 두툼한 솔갈비가 돌계단을 가득 채운다. 사뿐사뿐 숲을 지날 때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그루터기 위에 앉는다. 베어진 줄기의 생김새가 엉덩이 크기에 맞춤이다. 구름 펼쳐진 하늘로 추야대 너머 들판이 시야에 가득하다.
힘든 고개를 넘는다. 고개마다 뚝심은 여전했다. 느긋하게 기다린다. 생채기를 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형제봉은 스스로 안개를 가두었다가 풀어낸다. 완급 없이 시간도 흘려보낸다. 이고정 그루터기 위에 붙박힌 뒷모습을 살핀다. 계절이 어울려 건너오는 듯 여유롭다.
바람이 솔잎 사이로 스친다. 햇살이 잔잔하게 내리쫸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린다. 발 아래 돌계단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다. 그 위를 걷는 발걸음은 조용한 속삭임이다. 구름의 그림자가 땅에 드리웠다. 멀리 펼쳐진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시선은 멀리 흐르고, 시간은 느리게 흐르며, 가을의 정취는 깊어간다. 조원동 원림의 구름과 바람, 나무와 돌, 모두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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