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영보정

나무에게 2024. 10. 20.

 

영보정

온형근

 

 

 

먼 뱃길 거친 풍랑 잔잔한 오천항에 머물러라

 

쉼 없던 거북선, 자라처럼 웅크려 정박하는 동안

충청 수영 몇과 전라 수영 몇이 영보정 마루에 둘러앉는다.

 

성벽은 오석이라 까마득하니 아득하고

갯벌에 숨 틔며 바지락, 항구 틈새마다 주꾸미

 

뜻 맞아 풍경 바깥의 심상을 나누는 영보정에서

손 빠르게 우럭과 바닷장어를 손질하여

잠깐 잊었던 천 년의 우의를 되살렸다.

 

옥마산에서 우람한 골격의 산맥 아래

성주산 성주사지가 안녕하냐고 묻는다.

 

창작 메모

영보정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 덕택이다. 그가 그린 영보정 풍광 그림에서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는 달려갔다. 나는 영보정 답사 이야기를 쓰면서 이 시를 시경으로 반영하였다. 보령이라는 곳이 새롭게 보이는 계기가 영보정이다. 천년의 우의를 떠올렸다. 그 친구와 또 다시 갔을 때, 그의 고향에서의 오래된 여정을 추체험할 수 있었다. 특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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