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머금은 침수정
온형근
고요 속에 잠긴 세월의 문은 굳게 닫히고
벼랑길 아래 폭포는 천년의 세월을 쏟아낸다.
기이한 암석 돋을새김 화석 위로
공룡의 꿈이 잠든 듯 태고의 그림자 드리웠다.
수천 년 바람에 닳은 바위는 신선의 꿈을 꾸고 있어
서툰 날갯짓은 허물 벗듯 세상의 짐 벗어던지고
고치처럼 남겨진 용의 등껍질은 미련의 껍데기
날개 꺾인 신선이라 나무라며 속삭이는 현실
억눌린 심화는 삭아들수록 더욱 깊어지는 상처
병풍처럼 둘러싼 암벽을 바라보며 침수정에 드리운 침묵
날 듯 튈 듯
옥계의 선경을 노래하던 옛 시들은 남아
찾는 이마다 두리번거리며 남긴 문장들이 있어
정자에 앉을 틈 없이 흔적 따라 눈길 머무는 옥계 여울
휘청 또는 미끄러질 듯 몇 번을 뒤척이며 여울을 적셨을까
사는 일이 화석일 듯 기다 누운 바위를 더위잡고
시퍼렇게 깊은 구정담 위로 하얗게 바랜 난간을 우러른다.
난간 마루에 기대니 추녀 아래 서까래가 설핏 보이는 듯
스쳐 가는 바람결에 옛 시인의 옷자락 스친다.
풍광 휘날릴 때마다 솟구치는 시상 담아낸다.
창작 메모
계류가 아니라 바다였다. 침수정 앞의 바위는 화석이다. 용이 누웠던 흔적의 무늬까지 다양하다. 국도를 따라 내려보는 계류는 벼랑 바위와 만난 바다의 풍광을 지닌다. 병풍처럼 펼쳐지고 층층이 쌓아 올린 바위 층계를 마주하는 침수정 누마루는 선계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하얗게 바랜 계자난간으로 도포자락 휘날리는 도인 어른댄다.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들락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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