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의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
온형근
시압바자르 시장으로 가다가 제일 먼저 잔디밭을 쫑쫑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 안하무인이다.
사람 알기를 그러려니 삼는지 눈치커녕
동네 나들이 나온 허튼 노년이라 이미 간파한 듯
레기스탄에서 타슈켄트로드 마로니에 그늘로 걷다 보면
비비하눔 사원의 15세기 모스크 조차
아침 이른 시각에 나서더니 한낮의 관수로
부풀어 오른 잔디 지면에 주둥이를 코 박는다.
그 갈색 주둥이 너무 선명하여 노랑부리라 해도 되겠다.
그뿐이랴!
아리랑 지나 샘크래프트 수제 맥주 찾아 나서던
레기스탄 사원을 지나는 저녁나절 놀은 깔리는데
짜게 먹은 갈증은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가 더 급한지
스프링클러 공중 관수 사정거리를 종종거리며 따라나선다.
협착 심하여 쪼그릴 때는 그와 눈도 마주친다.
(다시올문학 2024 가을호, 통권60호)
창작 메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여러 날 머문다. 오가는 길에 유난히 사람 곁을 피하지 않는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를 만단다. ‘시압바자르’ 시장 갈 때도, 레기스탄, 비비하눔에서도 심지어 수제 맥주 마시는 저녁나절까지 그는 스프링클러 돌아가는 잔디밭에서 앉아서 눈을 마주한다. 가는 곳마다 만나니 너를 통하여 사마르칸트의 일상을 비춘다. 이색적 풍광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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