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65 가느라 휘젓는 봄을 가느라 휘젓는 봄을온형근 활력 넘치는 산천으로 소소하게 바람이 분다. 우듬지 몇 개 부러져 성록의 잎 난타로 흔들리고 떡갈나무 사이로 햇살 파고들어 지상으로 빛과 그늘을 요분질 하는 가느라 사각대는 봄 나는 없었네 곡해의 심지만 키워 낸 봄을 묻힌 세월에서 한 걸음도 비켜서지 못했네 층층나무 흰 꽃 바래는 동안 국수나무 노랗게 몽울 터지는 덤불이 되고 가슴은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위리안치된 채 떡갈나무 빛살로도 휘젓는 봄을 도대체 어쩌자고 쫄밋거리는 통찰이냐-다시올문학 2024년 봄호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3. 14. 안개의 원림을 걷는다 안개의 원림을 걷는다온형근 믿음이라는 건 맡기는 일이다. 마음을 맡기는 거라서 어쩌면 처분을 기다리는 수동의 소극이 개입한다. 알아서 즉흥이어도 따르겠다는 자포자기 세상 맛 다 보았을 "날 잡아 잡숴!" 의지한다는 건 그래서 싹을 틔우지 않아야 한다. 애초에 의념을 떠 올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어디 그게 쉽게 설명이나 될까. 갈수록 더 무뎌지는 처분에 다다른 어찌하라고 나는 상관없으니 점점 소멸로 치닫는 신뢰의 두께감이 무중력의 내홍으로 가는중이어서 서운함은 내게 내재되어 소중한 순간에 맡겼던 그리움 같은 것을 거적이라 거추장스럽다 여긴다. 아닌 척하는 잔망스러움은 눈치를 찾고 이내 남사스러운 통증은 협착되어 천년의 한숨에 실린다.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2. 21. 우듬지 우듬지온형근 상수리나무 우듬지는 바람으로 성장하고 몸살 한다. 오솔길에 몸져누운 초단부 잎사귀는 꺾이기 쉬웠던 마디에서 뭉친 채 기울어 뒹군다. 말라 오그라든 잎에서 방금 떨어진 잎새까지 지상에서의 소소한 연륜을 증명하듯 죽음도 오므라지면서 말라가는 것 윤기 줄고 말수 끊기는 것 예상치 않은 험한 일에 놀라 가슴 철렁 내려앉고 언덕과 내리막에서 여러 번 접질리고 마른다는 게 바람이고 바람이 숨이고 명줄이어서 그예 실려 살고 지는 거 꼭대기에서 떨어져 지상에서 잠깐 여위는 거 - 「우듬지」, 『다시올문학』, 2022년 여름호(통권 52호), 47쪽.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 14. 유현재幽玄岾 유현재幽玄岾온형근 바람길이었던 그의 고개는 달름하다. 호수에서 산 쪽 바라보매 세 번 굴절되어 마지막 고갯길은 아득한 듯 숲이다. 하나를 후미지게 길이로 끌러 두더니 두 번째 고개를 두둑 쌓듯 가로지른다. 도톰하게 포갠 입술 속이 그윽하다. 무릇 보이는 것에 마음이 다가서듯 깊고 그윽한 지경에 닿는 것은 고갯길이 아니라 속내를 부르는 풍치여서 절로 흥 불러내는 아름다운 지경이라 드러내는 너와 보고 있는 내가 낳은 풍경이 꺾어 도는 고갯길의 유현幽玄을 짓는다. -「유현재幽玄岾」, 『다시올문학』, 2022년 여름호(통권 52호), 46쪽.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 14. 완이재를 다시 읽는다 완이재를 다시 읽는다온형근 기쁨을 즐겨 살핀다고 객관율을 부여해 완이재翫怡岾, 완상의 즐거움으로 여덟 구비 언덕을 아꼈다. 오르거나 내릴 적에 우회하지 않는다. 맞대면으로 부대낀다. 피한다고 상대가 포기하는 법은 없기에 가장 늦게 눈이 녹는 얼음판 넷째 구비에도 살얼음일지언정 설설 기는 종종걸음으로 응대한다. 이른 곳은 묵은 얼음 녹아 질척인다. 곳곳에 피어난 햇살만으로 봄 기운 어찌하다 말하기에 맹랑하다. 터무니 없이 빈정을 듣다 결연하게 내쳤던 지난날이 있기에 거칠고 험한 고개일수록 즐긴다. 뻔한 수고로움 동반한 고통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길로 들어서면 어디를 통과하고 나오는 곳까지 뚜렷한데도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 1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