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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78

지류 소양천 어느 지류 다리 위에 슬쩍 걸쳐 앉았어 빠진 살점에 잡히는 모래 기운 콘크리트 겉만 두른 일상을 툭 찌르네 이내 편안해지거나 아무 것도 아닐 묵직한 별에 쏘인다 그대 닮은 우울 화살 깊다 쓰리고 결리고 다시 환청처럼 살아 운다 물 속 용궁까지 모두 다 2016. 5. 17.
꽃은 피겠노라고 꽃은 피겠노라고 / 온형근 기어이 그러하겠노라 우기는 일 곁에 두지 않아야 꽃도 점잖을 터 조용히 피어 소담스러우면 그 마음도 기꺼이 가득한 한 시절 꽃이었을 터 가만두라 그 또한 시절 인연이라고 해서 만들어지고 없어지니 바람에 마음 올라타 듯 스쳐가면 그만인 하 수상한 이기.. 2014. 3. 23.
012. 소나무.01 소나무.01 / 온형근 중첩된 채색, 빛의 고함이 번지는 도중 소나무 숲은 환청으로 황급하다 일관된 내숭과 시치미가 스며들어 솔잎이 만든 담벼락으로 산골짜기 마음의 평화를 아끼는 물소리는 짙은 안개, 숲의 영령을 매긴다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는 것들 보배롭게 허락하여 떨어뜨리지 .. 2014. 1. 30.
011. 신갈나무 신갈나무 / 온형근 이 근처였어 그가 걸터앉아 겨울을 풀어놓았던 바위가 없어지고 다시 몇 번의 겨울이 눈발로 지워지려 할 때 키만큼 커져 그를 가려주었던 신갈나무가 신갈나무 낙엽 밟는 소리에 놓친 세월이 훤하게 살아나 그러게 이 소리라도 지니고 싶었어 오래도록 느리게 자꾸 .. 2014. 1. 30.
010. 옥잠화 옥잠화 / 온형근 옥비녀꽃, 옥잠화 달밤에 이 흰 꽃 더욱 처연해 처연함도 목매도록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 준 셈 규방의 부인들은 옥잠화를 심고 가꾸며 달빛 밝은 날 담장 아래 선녀가 되는 환상을 지녔을까 뭉툭 하얗게 피어 비녀처럼 고개를 내밀다 달빛에 부서져 어느새 선녀의 날개.. 2014. 1. 30.
009. 오동나무 오동나무 / 온형근 지상으로 오동나무꽃이 한창일 때 바닥으로 보랏빛 꽃망울도 떨어져 꽃물은 미친 듯 몸 밖으로 뿜어 나오고 맑은 양떼구름을 가린 큼직한 오동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침마다 그 길에서 거리를 쳐다보며 머뭇거린다 그뿐이었다 하늘로 그윽하게 그치지 않고 오.. 2014. 1. 30.
008. 감나무 감나무 / 온형근 비긋고 바람 차다 문 앞 감나무 잎새 흔들릴 때 물냄새로 가슴에 묻어두었던 고막 울리더니 커지고 커지면서 잠깐 우레처럼 쿵 내 안의 잡귀들 어질 어지럽게 물러선다 들판으로 나선 감나무 잎새의 빛살에 개울물 반짝이며 눈부시다 지상에 밟히는 푸른 감꼭지 한꺼번.. 2014. 1. 30.
007. 능수버들 능수버들 / 온형근 비 그친 고운 구름들이 조각되어 산과 들판을 그려내고 마을이 되어 개울로 늘어진 능수버들 앞세우고 어지럽다 걸쭉하게 불타는 노을 숨 고른다 그 앞으로 방화수류정 비껴 보름달이 적막하게 잿빛 여름밤을 눅눅하게 축인다 봄날의 아름다운 날은 여전히 남아 휘발.. 2014. 1. 30.
006. 무궁화 무궁화 / 온형근 뭉툭 툭, 툭툭, 툭툭툭 무엇으로 피었다 지는지 아침이면 환하게 혹은 쓸쓸하게 산책의 동선마다 눈길 머물고 무엇으로 살았다 말하는지 희망의 빛살로 푸른 햇살 머금은 무궁화 어깨를 스치며 함께 떨고 배달, 단심, 아사달 꽃마다에 기품이 외줄기 혼자 자란 어린 가지.. 2014. 1. 30.
005. 떠도는 자의 시선-마로니에 005. 떠도는 자의 시선-마로니에 / 온형근 떠도는 자에게 마로니에의 시선은 언뜻 깃들일 수 있는 안식처 솔직하게 사방 뻗은 일곱 개의 잎 허공으로 무방비가 떠다녀도 한쪽으로 아프고 한편만 자라지 않는 어쩌면 볼일 긋고 실팍하여 합당하다 도시의 가로등 명멸하여 노곤할지라도 흔.. 2014. 1. 30.
004. 자작나무 자작나무 / 온형근 거침없이 콸콸대며 쏟아내는 빗줄기에 바람이 놀라 곁에 임박하여도 가누지 못하는 휘청거림 외마디 바람의 소리는 또 어떠했을지 사내의 허연 뼈마디를 헤베며 겨냥하는 자작나무는 아무 것도 지우지 않았다 세파에 거꾸로 매달린 생김새라고 자작나무 앞에 서성대.. 2014. 1. 30.
003. 잣나무 잣나무 / 온형근 새하얀 구름 보면서 짐작하였다 지친 나를 맥없이 잡아끄는데 어쩌라고 먹구름 낀 날은 사랑스럽다 자꾸 나를 하얀 구름으로 만드는 것을 허한 가슴과 눈길을 붙잡고는 거침없이 소나기 쏟아지는 날처럼 잣나무 숲 짙은 우울의 상승 기류 버틸 재간이라도 있었겠냐고 바.. 2014. 1. 30.
002. 미루나무 미루나무 / 온형근 햇살 쏟아지니 미루나무 먼 그리움 지상에 그림자로 내딛는 발걸음 어질어질 스며 반짝이는 잎새 햇살에 동동 하바나길라의 끈적이는 선율 잎 뒤집어 정성스레 바람 맞이하는 원초의 산림에서 우짖는 노래 달빛에 섧어 몸 휘두르는 사설 그리움은 뒷맛이 기름진 산조 .. 2014. 1. 30.
001.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 온형근 꽃이 피어 아 꽃이 피었구나 했다 그 사이에 있고 없음 묻고 답함이 스쳐갔다 그 꽃이 살짝 입힌 노란색 꽈리로 새 옷 입은 것을 보고서야 꽃은 지는게 아닌 것을 꽃이 하나인 것을 내 눈길이 젖어 있었다 2014. 1. 30.
다산, 멀고 가까움 다산, 멀고 가까움 / 온형근 일곱 살에 멀고 가까움의 다른 풍경을 읽고 유배지에서 그 이치를 통렬하게 써냈지요 다시는 말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지요 나를 지나가는 세월을 읽어내지 않았고 책 속에 글이 쏟아지는 광채를 줍고 있었지요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만들었던 공덕까지도.. 2013. 12. 27.
정조, 머뭇대다 정조, 머뭇대다 / 온형근 얼마나 많은 세월을 머뭇대었나요. 알고 있어서 행하려 했으나 행하려 하니 성급하지 않을까 주저 그러다 지나는 것들은 떠나고 떠나보낸 것들은 다시 찾아 들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다시 머뭇대었지요. 담장을 기웃대며 나를 해하려 했고 조석으로 끼니마다 은.. 2013. 12. 27.
선한 가슴 선한 가슴 / 온형근 혼자 내는 찻자리에 가슴을 쓸어내며 목구멍 넘기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는데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허공에 떠도는 방언을 주워 담고 있었다 누구인지 목소리를 빌려 누구인지 그의 소리를 담아낸다 가슴이 있었다 가슴을 도려냈다 잊혀진 가슴에 봉우리가 생.. 2013. 12. 27.
얼음의 길, 새의 길 얼음의 길, 새의 길 / 온형근 호수 꽝꽝 얼었더니 눈 쌓여 순백이다 바람이 조금씩 긁어낸 맨살처럼 언뜻 반짝이는 상처들 그렇다고 저들의 관계를 내연이라 맡길 건가 얼음의 길이라고 해두자 다 녹아 없어질 것을 그 위로 벚꽃 지천으로 날려 뒤덮일 것을 고욤나무 열매에 앉아 먹이를 .. 2013.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