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01 나무의 직립성 나무의 직립성 온형근 내원재 중턱이면 거리의 옷을 벗는다. 이미 덥혀지고 충분히 예열되어 洗心臺로 오른다. 원림을 미음완보할 숲의 옷으로 환복한다. 청딱따구리 굵직한 공명으로 사르륵 웃옷을 벗기는 데 동참한다. 내원재 고개길마다 직립한 나무의 안위는 치고 올라온 눈발을 곧은 줄기로 막아 선 채 밤새워 어울리며 흔퇘히 놀아난 흔적 남겼다. 동쪽 언덕 바라보며 맞선 눈발은 서쪽 줄기, 그림자처럼 길게 맨살이다. 나무의 직립이 눈발의 그림자를 언덕 이으며 남겼는데 온통 새하얗게 덮인 숲에서 솔잎 쌓인 숲의 맨살이 지상으로 직립을 긋고 걸음마다에 직립의 꿈을 놓지 마라 일깨운다. 흰 도화지에 나무를 그린 후 명암을 뽑듯 ::신작시::/창작|생산 2024. 1. 11. 겨울 산책 겨울 산책 온형근 아침해 산능선 위로 고개 기웃댈 때 까치와 청설모만 산을 지킨다. 비스듬히 언덕배기 덮인 눈 위로 햇살 급하게 머물다 떠날 때 비로소 기운 나무들로 겨울 산책이 위태롭다. 보이는 것은 늘 위태로울 때, 유난히 추운 겨울을 발 종종대며 마음 놓지 못했던 눈길에 나 있는 발자국이 여태 판국을 이끌고 있음을 흰눈에 비친 새파란 하늘로 한결 으스스 춥다. ::신작시::/창작|생산 2024. 1. 8. 인물론 인물론 온형근 그가 인물이었음을 이미 알았고 앞선 날들이 정체된 시절과 만나 눈치로 때우는 이들에게는 면전에서 추켜세우는 잠시 눈발 휘날리는 허허벌판 몇 번 건너다 길 홀려 제 자리로 몇 바퀴 돌고 나서는 살 에는 찬바람 골짜기로 갇혔다. 인물은 빠르게 시절을 건너는 거라서 미끄러울 때 설설 기며 조금씩이라도 나서고 넘어지면 그곳이 풀섶이라 아늑하여 때로는 묻혀 더부살이로 움츠리고 낯설고 외진 곳에서 이름없이 머물러야 인물도 숙성되어 힘 안들이고 내공을 구사할진대 꽉 막힌 일상에서 일탈은 안빈낙도라 그 인물 가까이 다가서니 이제야 알 듯 흰 눈의 오솔길로 남긴 발자욱 따라 시린 손끝 꼭 눌러 비빈다. ::신작시::/창작|생산 2024. 1. 7. 103-이종문, 묵 값은 내가 낼게 묵 값은 내가 낼게 / 이종문 그해 가을 그 묵 집에서 그 귀여운 여학생이 묵 그릇에 툭, 떨어진 느티나무 잎새 둘을 냠냠냠 씹어보는 양 시늉 짓다 말을 했네 저 만약 출세를 해 제 손으로 돈을 벌면 선생님 팔짱 끼고 경포대를 한 바퀴 돈 뒤 겸상해 마주보면서…… 묵을 먹을 거예요 내 겨우 입을 벌려 아내에게 허락 받고 팔짱 낄 만반 준비 다 갖춘 지 오래인데 그녀는 졸업을 한 뒤 소식을 뚝, 끊고 있네 도대체 그 출세란 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출세를 아직도 못했나 보네 공연히 가슴이 아프네, 부디 빨리 출세하게 그런데, 여보게나, 경포대를 도는 일에 왜 하필 그 어려운 출세를 꼭 해야 하나 출세를 못해도 돌자, 묵 값은 내가 낼게 [온형근의 詩視時] 묵밥을 좋아한다. 가끔 그 고소한 맛으로 고.. ::나무와함께 2019. 1. 15. 102-천양희, 그늘에 기대다 그늘에 기대다 / 천양희 나무에 기대어 쉴 때 나를 굽어보며 나무는 한 뼘의 그늘을 주었다 그늘에다 나무처럼 곧은 맹세를 적은 적 있다 누구나 헛되이 보낸 오늘이 없지 않겠으나 돌아보면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던 슈마허도 세계를 흐느끼다 갔을 것이다 오늘의 내 궁리는 나무를 통해 어떻게 산을 이해할까, 이다 나에게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어 흐리면 속썩은풀을 씹고 골짜기마다 메아리를 옮긴다 내 마음은 벼랑인데 푸른 것은 오직 저 생명의 나무뿐 서로 겹쳐 있고 서로 스며 있구나 아무래도 나는 산길을 통해 그늘을 써야겠다 수풀떠들썩팔랑나비들이 떠들썩하기 전에 나무들 속이 어두워지기 전에 [온형근의 詩視時]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마냥 허투루 떠들썩하면서 놀고 싶다. 하루.. ::나무와함께 2019. 1. 13. 101-김삼환, 그리움의 동의어 그리움의 동의어 / 김삼환 새벽 풍경 지켜보는 새라 해도 좋겠다 내 몸 안에 흐르는 강물이면 어떤가 산책로 비탈에 놓인 빈 의자도 좋겠다 버리기 전 세간 위에 지문으로 새겨진 눈물 흔적 비춰보는 달빛이면 또 어떤가 그날 밤 술잔 위에 뜬 별이라도 좋겠다 깨알같이 많은 어록 남겨놓은 발자국에 비포장 길 얼룩 같은 달그림자 지는 시간 빈 방을 돌고 나가는 바람이면 더 좋겠다 [온형근의 詩視時] 그리움을 닮아 있는 날들이 있다. 종일 내내 그리움일 수 있는 그런 날들도 있다. 나의 그리움은 연말부터 시작되어 매일 茶禮를 올리는 것으로 이르렀다. 오늘은 녹차를 우려서 정결하게 올린다. 이제는 혼자 사니까, 속으로 뇌이는 게 아니라, 겉으로 중얼대며 말한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호칭을 매일 달고 사는 것이 된 셈이.. ::나무와함께 2019. 1. 12. 021. 사리암 가는 길에서 묻는다- 사리암 021. 사리암 가는 길에서 묻는다.-호거산운문사 사리암 / 온형근 세상에 드러나 있는 것들의 존재감 사리암을 찾았다. 20주년에 이른 조경문화답사동인 ‘다랑쉬’의 회장단 신년교례회를 울산에서 열었다. 20년을 회고하자 했으나, 묻어 버리자고 했다. 다가오는 미래의 20년을 내다보자는 .. 카테고리 없음 2019. 1. 6. 상수리나무 엽서 상수리나무 엽서 온형근 백마강 부소산 절벽 꼭대기에서 강 건너 멀리 청마산을 돋움하여 안개 걷힌 가을 하늘 깊다 했더니 상수리나무 지는 잎도 서걱대며 바람 거슬러 끝모를 비행 부딪칠 때마다 들려오는 비명 사각으로 날며 사각사각 쉼없는 방언 날리며 사부작댄다 긴 강줄기에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않고 바람길에서 벗어나 절명 모여 뭉친 낙엽 무리에서 바스락 소리는 해체되지 않은 채 혼자 떠도는 잎새에게 보내는 엽서 꼬리 끊기지 않은 금강 줄기로 속절없이 흐르는 강물을 닮아 여즉 속내없이 떨어지며 날고 있다 오고 가며 기쁨이었다 절망일 소멸로 -온형근, ‘상수리나무 엽서’, 전문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2018. 11. 15. 촉과 감 감 따러 오라기에 나선 길 안개 걷히며 활력에 뻗친 감빛이 눈부신데 긴 장대 끝 원형의 철사에 매달린 나일론 봉투 툭툭 철사 걸이로 감을 당기면 쏙 빠지며 담긴다. 무른 감꼭지도 담기고 더러 땅으로 곤두박질 꼭지에 매달린 채 가지까지 덤으로 따라오는데,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옮겨갈 때쯤 뒷목 무겁고 촉도 무디어 어디가 철사이고 감꼭지 인지 감도 느려져 감 조차 앙탈 지게 버틴다. 까치 떼에게 남길 감은 나무의 우듬지를 지키고 간섭에 부러지면서 넘어가는 감나무의 가지는 그리하여 그의 천성에 다다르는 게 분명하다. 촉이 아무리 날카로워 꼭지를 자를지언정 늦은 감이 있어 감나무를 있게 하는 것을 지키지 못해 툭툭 털어내는 일 기꺼이 접수하고 그래도 촉보다는 감이 은은하여 산뜻한 것을 알아 감 껍질의 두꺼워짐에.. 카테고리 없음 2018. 11. 11. 바람결 바람은 나무 곁에 머물려는데 나무가 바람눈 내주고 허락하기를 우람한 장년이 될 때까지 눈길 하나 흐트리지 않더라. 내 어느날 기꺼이 빗자루로 모은 느티나무 열매 취해 묘목이었다가 몇 번 옮겨 심어 제자리 내 주었더니 의젓하여 천하의 바람을 애정하더라. 바람소리, 바람결, 바람시내, 바람길 불가촉 폭염까지 쓸어내며 시원한데, 귀로 옷자락 헤집고 살결 파고드는 바람에게 길 내주고 짐짓 모른 체 이 더위에, 벽력같고 우렁차서 반했더니 끌렸겠다. -온형근, '바람결', 전문 ::신작시::/창작|생산 2018. 8. 17. 근육처럼, 문신처럼 한 계절 넘기는 동안 덤덤하더니 무궁화, 능소화까지 눈 호사 부리는 사이 우람하게 늠름하여 꽃도 아닌 것이라 잔비처럼 꽃가루 날리어 바닥을 덮어도 동네 벌 왱왱대며 소리로 날개짓으로 다릅나무 꽃 지즐대며 화답할 즈음, 가슴 근육 터질 듯 갈라진 채 툭툭 치고 나와 그물망 문신으로 젊음을 그려놓고는 쩍 갈라지는 피부쯤이야 노화의 증좌 폭염으로 가지 펼친 다릅나무 잎 만큼이나 꽃잎 꽃가루 꽃 지는 바람결 흐르는 소리 여울처럼 번져 줄기에 새긴 문양, 곧 터질 듯. (온형근, ‘근육처럼, 문신처럼’, 전문) ::신작시::/창작|생산 2018. 7. 16. 꽃피는 순백의 시간 #나무에게 #조경교실 #온숨 #2018년오월 #휴림산방 작년 비가 오는 장마철 진흙되어 뭉쳐진 채 심었던 기억속에서, 올해 통꽃으로 꽃망울 단단하게 여미고 불툭대며 바람과 어울린다. 고추잎 닮아 고추나무, 꽃피는 순백의 시간으로 이름을 잊는다. https://t.co/infMKS8iuQ ::나무와함께 2018. 5. 7. 매화 심는 날 #나무에게 #조경교실 #온숨 #휴림만필 #2018년사월 바지 갈아 입다 갑자기 닥친 여자에게 놀라, 들었던 왼발 옆구리에 담이 들었다. 매화 심는 삽질내내 앓는 비명, 허공을 뚫고 내는 신음, 수원 상공에 캠트레일 길게 뿜더니. ::서재::休林山房 2018. 4. 5. 개나리 꽃 밀치며 #나무에게 #조경교실 #온숨 #2018년사월 문 닫다 낀 손톱, 메밀국수처럼 물드는 동안, 개나리 꽃 밀치며 혓바닥 생김의 잎새 파랗게 치고 오른다. ::서재::休林山房 2018. 4. 5. 인기척의 깊이 비 오는 날 우산으로 나를 가린 채 광교산 요모조모 살피며 고요를 즐기다 사방 빗소리 오만가지 잡것들이 오직 하나로 올곧게 정렬되어 직진하는 순간에 덜컹 소스라치듯 인기척에 놀라는데 혼쭐 빠지고 심장 두어 쪽 자빠진다. 펄펄 내리는 그해 정월 이 밭 저 밭 쌓인 눈 풍요로워 들창문 여닫고 냅다 건넌방 문지방 넘어 주섬주섬 산릉선까지 거침없이 환하게 거닐다 밤새 산바람과 눈결이 교접하여 이뤄낸 울퉁불퉁 내고 들어간 돌무덤 흙 구멍 찬란하여 평탄한 들판이라 내디디며 아득하게 모르는 깊이에 빠져 누웠다. -온형근, ‘인기척의 깊이’ 전문. ::신작시::/창작|생산 2018. 1. 27. 혼자 산책 나는 기억 못한다. 지난밤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새벽마다 떠도는 영혼 머문 곳 그리고 더욱 언제 상처의 더께를 들쳐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혹시 취한 적 없었던 건 아닐까에 크게 원을 긋고 한 방 들락댔다. 맨날 쳐 마시니 기억나는 게 있겠냐고 그래서 그런가 친구도 길동무도 상기되지 않는 혼자 산책 -온형근, ‘혼자 산책’ 전문 ::신작시::/창작|생산 2018. 1. 6. 주당들은 다 혼자 노나 보다 바짝 마른 옮겨 심은 나무를 자주 바라보았다.처음 식재할 때 충분한 크기의 구덩이와 죽쑤기로 기반을 다졌다. 해서 견뎌내는 동안에도 내 시선은 안도였다. 끝이 타듯 전체의 윤기가 사라지는데 도저히 가만둘 수 없을 때서야 관수 호스 30미터짜리 4개를 동원한 것이다. 물 준 다음날 .. ::禪達茶會 2017. 6. 8. 삽목 관리 준비없이...여기저기 깨져가는 장방형 화분..트럭 한 차 부어놓은 마사질 흙..오래된 펄라이트와 버미큘라이트를 적당히 버무려 나무수국을 약간 늦게 삽목했다. 화분이 깊어 처음에는 과습이더니 이제 어느정도 뿌리가 생겼다. 어느 한 날 바짝 말라 고비를 넘긴 후부터는 출근하자마자 .. ::나무와함께 2017. 6. 8. 낙도망빈으로 새겨지다. 찻잔을 바꾸고 황차를 우렸다.이른 시간 혼자 마주하는 차는 어제를 고친다.주전자에 물을 갈고 흐트러진 차도구를 손 가깝게 다시 정돈한다.뭐가 바빴는지도 모르게 후딱 유월을 코앞에 둔다. 진천의 일거리를 잔뜩 짐처럼 매고 다니면서. 주옥같은 일상을 어그러짐 없이 매긴다. 내일 .. ::禪達茶會 2017. 6. 8. 길들여진다는 것 차 한 잔 축인다. 여전히 돌고 돌아도 황차로 오면 더 반갑다. 내 6번째 시집 '천년의 숲에 서 있었네'에 란 시가 그랬다. 구기자나무 잎을 훑어내면서 가시와 신경을 날카롭게 다뤘는데, 이때 가시의 방향과 결을 느꼈고, 공진화라는 인류의 위대한 깨달음에 전율하였다. 개념을 아는 것과 일을 통해서 그 개념의 겨드랑이까지 날 것으로 만난다는 게 그래서 지극한 행복이다. 황차 역시 내게는 길들여짐의 또 다른 개체이다.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 하나를 집어냈다. 어느날 구기자나무 잎을 덖어서 차를 만들어 보려했던 어느 단편이다. 차 맛은 추천하고 싶지 않았고, 가시와의 신경 날카롭던 순간의 몰입에 대하여는 기억 새롭다. 모든 기호도 길들여짐이다. 그러니 길들여짐에 반발하는 내적 성숙의 목소리 또한 시들지 않는다... ::禪達茶會 2017. 3. 28. 목장갑 이 년을 외유처럼 보냈다. 그 이 년 동안 몇 가지 분명한 것들의 실천에 철저했다. 내가 하는 방식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이고 궁리의 바탕에서 시도되는 것이기를 희망했다. 통했는지 동료 역시 내 방식을 존중하여 지켜줬다. 그 역시 궁리를 했던게다. 사용한 목장갑은 물에 비.. ::나무와함께 2017. 3. 22. 공간의 위계 공간은 길을 열고, 길은 서로 이으면서 공간을 만든다. 주전자를 놓고 서로의 관계를 재형성하며 이어주니 새로운 의미로 공간을 만든다. 일상처럼 두었던 족자 몇 개 바꾸었더니 새 공간으로 일신한다. 어둡고 과한 손짓이 맑고 단아해졌다. 그냥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달리 바라보는 잠깐.. ::禪達茶會 2017. 3. 21. 쓰임새 깨어 있을 때 쓰임새에 대하여 조심한다. 차 한 잔의 쓰임새가 입을 통하여 온 몸을 덥히는 일 뿐이겠는가. 다산이 논에 연을 심은 사람과 연 심은 곳을 높여 벼를 심은 사람에 대하여 말했다. 다산의 실학과 실사구시적 성격이 그러하다. 벼를 더 심는 일과 연을 더 심는 일의 물질과 정신.. ::禪達茶會 2017. 3. 13. 절로 피는 꽃 오랜만에 여유로운 생각을 펼친다. 금요일 아침이다. 통과 의례처럼 겪는 일들이 많다. 고스란히 받아 들이기를 의례라고 여긴다. 이조차 스트레스였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자연스러워지기까지 묵은 시간들이 필요했던 거다. 오늘 환영회에 들렸다가 동기 모임인 홍천으로 향한.. ::禪達茶會 2017. 3. 10. 꽃과 나무 준비라는 게 없이, 설렁설렁 시간이 흐르고 맞춰 가는 과정에서 슬금슬금 부족한 것들 주워다 꿰고 하다보니 아직도 하루씩 부족한 것 찾아 제자리에 두기 연속이다. 물을 떠다 두고, 퇴수기를 마련하는 두 과정 사이에 진진한 어수선함이 스쳤다. 예전과 달리 즉시 해결하는 것 보다는 .. ::禪達茶會 2017. 3. 8. 그때 하지 못했던 일 8년전 2010년, 이곳에서 하고자 했던 묵은 생각을 끄집어낸다. 달라진 게 없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거의 전 시간을 수업으로 달려오다 금요일 오전, 잠깐 시간이 난다. 그때 이 시간을 학교 정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하기야 주말 조경식물 재배실습장의 풀도 새벽에 나가 뽑았다. 순수.. ::禪達茶會 2017. 3. 8. 첫 날처럼 새롭다. 밤새 이 새로움 때문에 뒤척였다. 개벽하여 일과처럼 첫 날이라 여기며 자리한다. 이제 빙 돌아 제자리다. 황차를 진하게 우린다. 묵직하고 쓰다. 켜지지 않는 것 연결되지 않는 거 깜빡대는 형광등, 여기 저거 눈길이 머문다. 벽에 걸이 화분을 매단다. 녹을 가까이 하려 함이다. .. ::禪達茶會 2017. 3. 2. 골격 지난 밤에는 보이숙차를 우려 곡차와 함께 차곡차곡하였다. 멈추고 막히는 데에는 여러 경로가 있다. 어떤 자극에 이끌리든 최종적으로 내부적인 각성에서 받아들이는 기작이다. 스스로의 선택이다. 그래서 체념이 된다. 더 이상의 공급을 차단하는 행위다. 기미와 전조 증상이 .. ::禪達茶會 2017. 2. 28. 큰 맛과 귀한 만남 식은 차를 보온병에서 따른다. 24시간이 지났다는 말이다. 보온의 하루를 외면하였겠다. 황차의 풍미가 입안을 씻어낸다. 추사는 말년에 인생의 가장 큰 깨달음의 달관을 주련에 담았다.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 부러움 없이 큰 탈 없이 살던 추사가 겪었을 곡진한 삶과 영.. ::나무와함께 2017. 2. 27. 눈길 그윽하여 벅찬 날 할 말 많고 의미도 많아서 참았다. 지나간 일에 대하여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사내답지 못하다 여긴다. 누군가 옛 일을 이야기 한다고 해도 자리를 피해야 한다. 그 잠깐에 바뀐 게 많다. 누구는 이런 생각, 누구는 저런 생각,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펼쳐졌다. 다 못 본 체 한다.. ::禪達茶會 2017. 2. 23. 이전 1 ··· 3 4 5 6 7 8 9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