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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17

안동 고산정 협곡에서 안동 고산정 협곡에서 온형근 당신에게 다가서는 길이 셀 수 없이 많았음을 우린 서로 몰라도 된다. 어떤 풍파와 그런 가로막음과 저런 깨어짐이 살여울 즐비하였다는 사실조차 알 바 아니다. 하나였던 산줄기 암벽이 터져 헤어졌으니 홀로 외로운 산이어서 고산이고 떨어져 푸른 손짓 하니 취벽이다. 네가 고산으로 나를 부르고 내가 취벽으로 하여금 모래톱을 걷는다. 낙동강은 본선만으로 긋지 않는다. 숱한 지선으로 흐트러지고 헝클어졌다가 남은 물줄기 하나가 아름다운 소나무 협곡을 만나 결기에 찬 행보를 거듭하여 그대를 잇는다. 푸른 산을 향해 두 손 모은 선학대는 맑고 푸른 못 속에 드리워 이리저리 출렁이고 이녁과 별유천지인 고산정 원림을 품는 건 독산(獨山)의 불거진 바위를 등진 나룻배 -2024. 03. 25. 2.. 2024. 4. 14.
만휴정 외다리 만휴정 외다리 온형근 만휴정 오르내리는 냇길 둑마다 개나리 노란 꽃눈 울먹이며 터지려 안달이다. 금방이라도 망울 터트려 가슴을 활짝 펼칠 기세 내 집의 보물은 청렴과 결백 바위글씨 새겨진 너럭바위에 비스듬히 누워 손을 괸 채 풍류에 든다. 너럭바위 다가선 거대한 흑갈색 암반을 한 송이 진달래꽃이 벋댄다. 산자락 아래로 부는 바람이 왼쪽 어깨를 툭 치길래 돌린 고개 거기 그 자리에 작은 생강나무 천지인의 세상에 나온 첫 꽃망울인 듯 다소곳이 물길을 내려다본다. 오른쪽 어깨 저편 둑길에 핀 환한 생강나무 제법 굵은 줄기에 생동이라는 문장을 반점으로 새겼다. 천 년 억겁을 지닌 너럭바위의 품은 산맥의 암반과 마주친 곳에 골 하나 내준다. 물길이 빠른 몸놀림으로 소리 내며 흐른다. 꼭 내주는 데로 흐르라고 댓잎.. 2024. 4. 2.
한탄강 고석정 한탄강 고석정 온형근 겨울 한탄강 고석정으로 내려가는 길을 굳이 옛 계단으로 접어든다. 안전줄을 끌어 잡아야 할 정도로 단차가 크다. 내려가면서 고석바위 꼭대기 소나무와 눈이 마주친다. 소나무 눈망울에 물기 어리더니 암벽 아래 쪽빛 물결에 일렁인다. 얼마나 깊을지 고독한 바위를 둘러싼 수면은 깊이를 알 수 없다. 점점 명랑하고 청아한 소리가 나를 이끌더니 햇살이 속살거리며 물보라 공중으로 튕겨 오르는 반짝이며 꺾여 흐르는 여울물 맑고 투명한 물결 소리는 명창의 구음처럼 잔향으로 남는다. 고석정은 고석(孤石)에 기대어 머문다. 고석바위에 엉금엉금 기어올랐다는 기이한 풍류는 콘크리트 정자에 올라 눈길만 더듬는다. 지금은 올라갈 수 없는 문화재 기어코 오르고야 말겠다는 각오의 마음도 식고 협곡의 주름에 고석바.. 2024. 3. 8.
암서재에서 우암을 만나다 암서재에서 우암을 만나다 온형근 날이 쌀쌀해지니 깐깐했던 어른이 그립다. 한번 마음먹으면 절대로 화두를 놓지 않는다. 요즘처럼 시도 때도 없는 말 바꾸기 놀이에 진절머리 난다. 꼬장꼬장하여 시종일관하는 어른은 다 어디 있는가. 이럴 때면 우암 송시열이 떠오른다. 조원동 원림을 미음완보하다가 갑자기 겨울 초입의 화양구곡이 보고싶다. 귀마개와 목도리, 장갑을 챙긴다. 계곡 바람이 진세의 발열을 쓸어 내린다. 차가운 물기가 얼굴을 때리며 깊은 숨을 낸다. 계곡의 바람은 싸늘하게 젖은 겨울 물살을 간질거린다. 차갑게 언 볼을 이즈러지듯 씰룩이며 나도 파문으로 젖고 싶다. 우암은 화양구곡을 경영하면서 누구를 용서하였을까? 결국 자신을 궁극의 수양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다. 암서재를 거점으로 삼아 계절을 달리하며 구.. 2024. 3. 5.
화성을 걷는다 화성을 걷는다 온형근 북서포루에 엄청난 비둘기, 비둘기, 떼로 난다. 북서포루 지붕 위로 난 씀바귀 꽃 어쩌다 넓은 공원에 심어진 띠는 잡초에 짓눌려 어울림의 경지에 이른다. 띠와 잡초의 환상적인 점령 띠는 군사용으로 불지를 수 있어 유용하다는데 관상용 띠조차 비에 쓸린 흔적, 깊은 골이 파졌네 얼굴 긁힌 채 보기 사나운 흉터의 몰골 팔달산 경계 능선 따라 어긋나게 걷다가 만난, 화양루에는 곱게 나이 먹은 여자들이 신발 벗고 도시락까지 싸 들고 앉아 화투를 바라보는 얼굴 표정이 행복하다. 이 신발이 저 신발을 참담하게 기약없이 바라본다. 지동시장 언덕 다시 이어지는 왼쪽으로 개망초꽃이 흐드러져 동남각루 마루식 목조가 요새가 된다. 동남각루에 오르면 위풍당당한 교회 건물 자체가 스카이라인일 때 바람은 시야.. 2024. 3. 5.
별유천지 금수정 별유천지 금수정 온형근 비단처럼 매끄러운 물 흐름 은빛 물살에 시달린 모래는 기슭으로 몰려 모래사장이 되어 백로 어슬렁어슬렁 노닐다가 한순간에 날아올랐더니 고니와 청둥오리 무심한 듯 따로 어울린다. 은빛 모래에 쏘인 햇살이 보를 타는 물살로 스민다. 파안대소하듯 튕겨 나오는 물보라는 가끔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올라 정자 마루를 힐끗댄다. 내 얼굴 슬쩍 건드렸던 지난밤 꿈에 어린 모양 사라진 오백 년 정인의 흐릿한 촉감 바위 글씨를 쓰며 어울려 거닐 때 강 건너 솔숲에서 노래를 부르면 금수정으로 달려가 거문고로 화답하였지 그때 별유천지 흰 물결 일고 백로는 이때다 싶어 혀끝을 맵게 오므려 날았다. 신선은 흰 구름 타고 튀어 오르는 물살마다 둥지를 트고 2024.02.18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 2024. 2. 25.
기구대棄拘臺 기구대棄拘臺 - 금쇄동 원림. 02 온형근 마당이 있고 사랑방이었을 때 우리는 자꾸 떠나고 외면하고 멀어져 갈 때 못 견디게 혼자의 경계 틈바구니에 낀 채 겨우 구차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까 그러니 그를 버리겠다는 의지는 차별 두지 않겠다는 불차 석문을 통과 잠시 일단 쉬어야 하는 하휴이니 숨차서 머뭇대는 토끼의 눈과 마주한다. 발간 눈 주위에서 뿜어낸 환각 도리뱅뱅 발 디딘 바위에서 곧추서는 의분 을 비우려 했건마는 역부족 구차함을 버리는 높은 풍경에서 큰 숨 하나 2024.02.17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 금쇄동 원림. 01 온형근 고기가 없으면 살이 마를 뿐이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마음이 비속해진다. .. 2024. 2. 18.
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 금쇄동 원림. 01 온형근 고기가 없으면 살이 마를 뿐이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마음이 비속해진다. ** 내가 너를 얻을 때 딱 한 가지 이끌림이 푸른 하늘 떠도는 구름처럼 망연해졌지만 고기가 아니라 대나무여서 육신이야 어찌 되었든 너의 마음씀이고 마르고 찌는 현장보다는 비루해질까 곤궁했다. 내 지닌 모든 것 다 주어도 너 하나 지니려 지켜냈다. 금으로 두른 산성 안 아늑한 경사마다 서로 다투듯 피워내는 춘란 군락은 누구 기암괴석으로 물고 드는 계류는 지줄대고 가는 곳마다 천석泉石을 정신의 대나무로 만드는 대체 고칠 수 없는 고질병, 산수벽山水癖을 ** 無肉令人瘦。無竹令人俗 -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에서 2024.02.15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무진정 .. 2024. 2. 17.
무진정 가야금 무진정 가야금 온형근 툇마루에 낙화음이 현으로 튕겨 밤공기로 빛이었다가 은하수로 흩어지는데 문창살로 파르르 떨며 몽환의 그림자는 가늘게 떨던 어깨선으로 흘러내리던 선율 ​ 영육이 꿈틀대며 두꺼운 산세에 살포시 무진정 뒷산 반향 업고 충노담으로 감긴다. 동정문 아래 바위의 군무를 왕버들로 가렸으니 영송정에서 떠나려는 친구 자꾸 올려본다. ​ 가고 오는 인사에 매달려 따스한 손잡고 다시 얻은 지금의 무진정 원림에 이끌려 참숯가루 터지는 날 말고도 다함없이 찾아 명징한 연두의 오류선생과 함께 막 피어 ​ 연두로 설레는 떨림 가득 담아 봄세 2024.02.14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성주사지 고운孤雲 비문 성주사지 고운孤雲 비문 성주사지 고운孤雲 비문 온형근 돌에 새긴 비문이 천년의 중력에.. 2024. 2. 15.
성주사지 고운孤雲 비문 성주사지 고운孤雲 비문 온형근 돌에 새긴 비문이 천년의 중력에도 매무새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선명하다. 다만, 울먹울먹 몸에 맞지 않는 계절 옷은 탐색도 없이 근육과 살점을 두들겨 꼭 맞춤으로 비비고 평지에서 발원한 좌 둔부 엉치쯤 저린 통증은 조원동 원림 가파른 내원을 치고 오를 때 잦는다. 팔 다리로 깨지며 빗금 긋고 근육과 뼈로 새긴 내 몸의 비문 산책 강아지 전봇대 가로수 킁킁대듯 갈피를 잡는다더니 해설피 놓는다.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씩씩하게 살았노라 제 몸도 추스르지 못하면서 기운 빼더니 새긴 문장은 삐뚤고 삭아 탈락되고 한 칸 건너 읽다 보니 곡비哭婢도 난삽하다. 2024.02.03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사인암 사인암 사인암 온형근 청련암 출렁다리에서 나는, 금 긋듯.. 2024. 2. 14.
사인암 사인암 온형근 청련암 출렁다리에서 나는, 금 긋듯 가로로 세로로 차곡차곡 사인암 각진 마음 따라가며 슬쩍슬쩍 그어 나가는 동안 넋을 잃거나 허한 마음의 빈 줄 흔들리지 않았다. 사인암 꼭대기 떡하니 모신 우람한 바위 각진 근육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떠날 채비 무겁게 올라탄 저 심사가 사인암일 듯 대흥사 의병의 봉기를 닮아 꽉 쥔 주먹 앙다문 노기를 물 깊은 사선대 너른 물 마당에 푼다. 사선대 너럭바위 올곧게 층진 우람 위로 바람 일어 남조천 물결 낮은 파란 일고 황정산의 한숨과 수리봉의 날갯짓이 키운 사인암 암벽 틈새로 진흙 알갱이 딛고 소나무 세상의 풀 죽은 기개는 잊으라고 맑은 초록으로 한꺼번에 들고일어난다. 물도 암벽도 소나무도 새파랗다. 2024.01.31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4. 2. 3.
영보정 영보정 온형근 먼 뱃길 거친 풍랑 잔잔한 오천항에 머물러라 쉼 없던 거북선, 자라처럼 웅크려 정박하는 동안 충청 수영 몇과 전라 수영 몇이 영보정 마루에 둘러앉는다. 성벽은 오석이라 까마득하니 아득하고 갯벌에 숨 틔며 바지락, 항구 틈새마다 주꾸미 뜻 맞아 풍경 바깥의 심상을 나누는 영보정에서 손 빠르게 우럭과 바닷장어를 손질하여 잠깐 잊었던 천 년의 우의를 되살렸다. 옥마산에서 우람한 골격의 산맥 아래 성주산 성주사지가 안녕하냐고 묻는다. 2024.01.28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아라 가야 고분군 아라 가야 고분군 아라 가야 고분군 온형근 끝나지 않을 긴 길을 멧비둘기 서러움 복받쳐 운다. 주고 받는 화음으로 말이산을 경배하는 듯 평지에 돋움새김한 분지를 걷다 만나는 벽오동 나는.. 2024. 1. 31.
아라 가야 고분군 아라 가야 고분군 온형근 끝나지 않을 긴 길을 멧비둘기 서러움 복받쳐 운다. 주고 받는 화음으로 말이산을 경배하는 듯 평지에 돋움새김한 분지를 걷다 만나는 벽오동 나는 누워서 별자리를 들여다 보았다. 아무도 보지 않은 적 없고 누구라도 손가락으로 내 별을 정했었던 그날 이후로 돌로 쌓은 하늘에도 은하수가 흐르고 빛나던 내 별자리 가끔씩 점멸을 느리게 반복한다. 살아 걷던 오늘 하루가 삼기고개를 기어 주저앉아 저린 오금을 주무르더라도 좋아 숨찬 비탈로 매일을 촉촉하게 젖었다고 말해 여기도 꿈을 꾸고 가끔은 젖고 마르지 여차더라도 행여 끄집어 낼 염두 내지 마 당신의 세월처럼 나 역시 우주인 걸 2024. 1. 28.
백석정 누정 백석정 누정 온형근 차량이 쏜살같이 지나는 다리 아래로 감천의 여울은 잔잔하여 맑은데 한 잔의 맑은 녹차를 건네며 백석정이 말을 걸어 온다. 뭐라고 그때 일을 써 바치고 싶다는 모양새로 꿈틀댄다. 서편으로 해가 지려는 때쯤 이미 산그늘로 물살은 진하여 우주 한가득 담기고 늦가을 안개로 피어오를 때마다 젖었던 바위 이끼로 푸르고 붉은 단풍 너풀대며 석양빛 몇 줄기로 타오른다. 수심 낮은 물결 따라 조각배 혼자 노닐게 하니 쉼 없이 무심하여 드리운 낚싯대를 쳐다보는지 알 수 없다. 정자 마루에 앉아 난간을 붙잡은 채 상실의 시대를 하염없이 먼산으로 돌린다. 늦은 달밤 찬기운 몇 잔의 술로 뎁히고 아직 가라앉지 않아 일렁이는 일엽편주에 꽤나 산 날이 많아 어긋나는 순간 있어도 물에 비친 백석정, 내 몸 위에 .. 2024. 1. 27.
솔바람 숲에 눕다 솔바람 숲에 눕다 ​ 온형근 ​ 북저남고의 비스듬한 고구려풍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 풍우는 활짝 열린 하늘을 수놓으며 고스란히 솔숲 바람에 미끄러진다. 남쪽 성벽의 단애 굽어보다 어질하다. 동문을 통해 남문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서 두려움은 헤실거리며 풀린다. 성채 안쪽 짙은 그늘을 따라 올라가며 도열한 둥근 강돌의 석환石丸. 제각기 속살로 파고든 접선은 치안을 담보하였다. ​ 애틋하여 그리워하는 정 흠뻑 담아 잘 만든 콘크리트 정자, 사모정까지만 오르고 말 것을. 조남익 시인의 '온달장군을 위한 진혼곡'을 읽고 나니 시인과 각자와 시주의 묘합이 담대함을 솟구친다. 단숨에 달려 오르는 남한강 북풍에 탑승하여 훌쩍 산성 안을 사뿐히 걷는다. ​ 말 부려 뛰고 달리면 말의 무릎이 쉬 닳을까. 급정거와.. 2024. 1. 25.
닭실 마을 청암정 닭실 마을 청암정 온형근 연못 물 빠져나가니 생생하게 용트림하던 왕버들 누웠으나 등골을 바로 세워 위로 솟게 한 새 줄기 지상을 디디고 활개 편다. 한 자 반 돌다리를 막아선 대나무 울도 섧다. 많은 것이 지고 피니 새로 갈 길을 찾는 게 마땅 청암정 정자를 등에 인 거대한 암반의 거북은 대체 곁을 내주지 않을 듯 장엄한데 못을 이룬 석축 호안 주변 낙락장송과 왕버들은 몇 번의 환골탈태를 꿈꾸었을까 지극 간단한 일자형 돌계단 위를 지나면 청암정 계자 난간 붙잡고 우물마루에 앉아 사시가경四時佳景으로 어울린다. 울긋불긋 가을 묵상은 예고했을까 한 겨울 맵시 암벽을 뚫고 돌다리 건넌 단풍나무에게 묻는다. 먼 풍경이 가까운 사람의 온도만 할까 내성천에서 발길 돌린 가계천으로 들락대던 멧비둘기 너의 울음 가닥에 .. 2024. 1. 18.
운암과 수운정 운암과 수운정 온형근 마치 맑은 가을 하늘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떠날 줄 몰라 정갈하게 차려입은 사인암은 볼 게 없다며 먼저 찾았다더니 어느새 오가며 들렸던 옛사람 몇은 신선의 세례로 운암과 사인암을 오가며 현학玄鶴과 백록白鹿을 벗하였다더니 명승을 친구 삼아 떠돌다 운암 앞을 휘몰아 흐르는 끊임없이 지즐대는 명랑한 물소리에 머문다. 과연 유상곡수流觴曲水 자리 여기저기 드러난다. 나는 이곳 너럭바위에 앉아 붉은 곰팡이 이는 속세를 잊을래 내 앞에 당도한 술잔 받아 들고 고개 돌려 단정한 구름같이 우아하게 정좌한다. 바위를 두어 번 휘몰아 흐르는 아직도 맑기만 한 계류 굽어살피던 붉은 기운의 암벽, 석영을 캐어 단약을 고을 때 넣는다더니 나는 모른다. 네가 다다르는 강 건너 운암뜰로 나아갈 제 물속에 잠겼.. 2024.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