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12 원림의 심장에 파고들다 원림의 심장에 파고들다 - 파주 화석정 원림에서온형근 훅 파고 들 듯 어제가 살얼음 디딜 때물정 낯선 그대 미끄러져 꽈당 자빠지는 걸 먼 산은 매일처럼 달의 고독을 머금고흘러들어와 머물 듯 튕겨 떠나보내는 강물은만 리 바깥에서 몰고 온 바람에게 미안하다. 소나무와 전나무 사이에서 새의 날개 펼칠 듯손가락 가리키는 화석정 원림의 심장에 파고든다. 고개 들어 아득한 우주에 거경궁리로 다가섰고흰모래 지즐대는 물살의 간지럼을 머리맡에 품는다. 멧비둘기가 일궈 낸 숲그늘에서 꾀꼬리도 울고진달래가 촉발한 만화방창이 원림 격식을 차린다. 숲정원은 감당할 수 없으니 사적지 정화로 일목요연 사진 박으면 그뿐디지털에 가둔 원림을 끄집어 내 임진나루로 나선다. 황포돛대 한 척 얻어 타고 동파의 적벽가를 듣자꾸나 시작..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5. 7. 16. 신갈나무 신갈나무온형근 헤진 낙엽 숲정원에서 빠스락 아우성 몇 번 질렀을 뿐인데 대설 즈음 밟히고 또 뭉개져 보드랍고 잘게 갈아진다. 한 번 울부짖을 때마다 진이 빠져 어깨를 들썩였는지 마른 가슴 바람구멍으로 들락대며 우수수 바람으로 제 몸을 부숴 불고 쓴 듯 흩뿌린다. 풀풀 거리던 사람의 길은 층층으로 포개었던 낙엽이 흙과 골고루 버무려져 곱다. 기며 엉기던 발길 끊긴 짐승의 길이 단정하여 신갈나무 겨울은 안녕하다. Mongolian Oak Ohn Hyung-geun Worn-out leaves Rustling in the forest garden Just screamed a few times ..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2024. 12. 6. 공진화共進化-구기자나무 공진화共進化 - 구기자나무온형근 나뭇가지에 가시를 가졌는데가시의 결을 따라사람의 손이 가는 쪽으로몸을 낮추는 게 분명하여 흥분했는데 길들여진다는 건 얼마나 긴 세월일까바람 부는 방향으로 늘어져 흔들리다땅 냄새 맡으면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잎 쓰다듬듯 퍼 가면 다시 새잎 틔우고 길들여진다는 게 살아가는 것이라고엄지와 검지 사이에잔뜩 푸른 엽록소의 즙액이유전자 지문 사이를 메운다온몸이 바람 부는 대로 휘청거린다 송송 뚫린 세포에서 비릿한 풀내가 진동한다Coevolution - Chinese wolfberry treeOhn Hyung-geun Having thorns on its branches Along the grain of the thorns Towards where human hands reach I..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31. 곰배령 곰배령 - 청산별곡온형근 몸 뒤집어 네 발 하늘 향해 자신의 내부를 유폐시킨다 곰배령 언덕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생명의 외침 자연으로 순응하는 부드러움을 바람이 거칠다고 말하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기댈 미련이 있기 때문 사람의 틈에서 사람의 틈을 해체하고 스스로 마감하는 장엄 벼랑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았을 감금 곰배령에서 곰삭아 또 어찌하거나 | 청산별곡, 이렁공 더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가리도 업슨 바므란 또 엇디호리라 -청산별곡, 4연 악장가사 |Gombaeryeong - CheongsanbyeolgokOhn Hyung-geun Turn your body over, four legs facing the sky Imprisoning oneself internally To ..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22. 낙엽이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은 낙엽이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은 온형근 낙엽이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은바람이 퍼질러 주저앉고자끝이 없는 먼 길을 타고 흐르고자 하는 욕망가을이 반짝거리며 속셈 없이 털어내던 잎 몇 개 매달린 가로수들의 수런거림찬바람 사람이 걷지 않는 길에는낙엽만 길을 따라 흐르며 두런댄다걷고 있는 이 길을 따라 사라지고 말면텅 비어 바람을 맞이할 수 없는 것을바람이 부는지 낙엽이 흐르는지볼이 찬지 두터운지 못내 아쉬워 자꾸걷다가 되돌아보는 길 위로길을 따라 쓸리듯 흐르는 바람 앞에사람의 흔적 비어 썰렁한 낙엽긴 밤길 걷다 맞이하는 새벽Leaves flowing along the road Ohn Hyung-geun Leaves flowing along the road The wind sprawling, wanting.. ::시집::/풍경의분별 2013. 12. 26. 봄 산책 봄 산책온형근 생강나무가 한 쪽 구석에서 톡톡한 꽃을 피워내고 매화 꽃망울이 터질 듯 잔잔한 햇볕으로 봄을 그려내던 날도 속으로만 벅차 매운맛 돌도록 연실 뭐라고 구김살 많은 기분으로 바람에게 안부를 묻고는 둘러댔는데 바람은 가벼워져 성긴 깁처럼 산을 훌훌 타며 내쯤에서 쏟아진다 따로 산에 오르자는 권고 없이 절로 이끌리는 어떤 날들은 정강이에서 허리춤에 이르기까지 정리되지 않은 세간으로 인해 뒷심이 허전해서일까 봄꽃 사진이라도 당돌하게 찍고 싶은 웅얼거림이 바람의 속삭임으로 바짝 나를 조이며 다가오고 아비와 아들은 이미 사방으로 퍼져 너름새가 한껏 웅장해져 있어 걸음걸음 마음속까지 휘젓는 들판 나선 강아지 모양 산책은 젖어 있어 봄기운마저 화려한 맛으로 들먹들먹하도록 터져 울리고 내친김에 신나는 하.. ::시집::/풍경의분별 2013. 12. 26. 억새는 억새밭에서 억새는 억새밭에서온형근가을 냄새가 가득 묻혀 있는 억새는 억새밭에서여름을 떨치며 몸서리나게 몸 뒤척이며 흔든다골을 타고 정상에 긴 사선으로 올라탄 채 바람은억새에 실려 있는 떨림과 가을 바람의 살랑임과번잡하여 수선되지 않는 여름의 기억을 떨군다 억새는 억새밭에서치밀어 오르는 바람 앞에그윽하여 끝 모를 속내맞서서 단단해지지 않고바람의 소리만 들어도바람의 자장磁場만 느껴도훅 하고 꺼질 춧불인양고개를 흔들며 풍랑을 타고제치고 꺾여서 억세진다 서걱거리며 억새는 억새밭에서 모여 웅성대고바람의 소리일지 억새의 긴 한숨이 깊어졌을지뜻모를 한숨이 더해져 치오르는 바람과 함께능선에서 고개 너머로 아홉 시 방향으로 꺾이는직각의 걸음 제 기운 바람과 나누는 어우러짐 Silver grass is in the silver gr.. ::시집::/슬픔이라는이름의성역 2013. 12. 26. 육신─화전.68 육신 - 화전.68 온형근산에서 지친 육신 쉬게 하는 동안에도 술은 가슴을뜨겁게 해 준다 달구어진 가슴으로 문지방을 나서면깊은 산길이 열린다 그 길을 수시로 걷는다 산중에나는 작고 힘없이 시시해 나설 때마다 묵은 잎이 밟힌다더 나설 수 없는 길까지 지친 육신이 바람에 결을이루고 허튼 기침 소리를 곁에 둔 채 실려있다The body - Hwajeon.68 Ohn Hyung-Geun While the weary body rests in the mountains, the drink warms the heart When stepping over the threshold with a heated heart A deep mountain path opens, and I walk it frequently in th.. ::시집::/연작시::화전 2013. 12. 26. 먼 산 ─화전.67 먼 산 - 화전.67 온형근 계절은 바깥의 훤한 창으로 먼 산이 되어 있다 돌이켜 내다보고 싶은데 되돌아오지 않는 시절만 남는다 한때의 명랑함은 지쳐 있다 가슴에 가득 바람만달라붙는다바람은 고요 속 고막을 찢고 들릴 것 없는 고막이된 아픔은 삭아 오래된 눈매로 먼 산만큼 깊어져 있다 A distant mountain - Hwajeon.67 Ohn Hyung-Geun The season has become a distant mountain through the bright window outside. I want to look out, but only the times that won't return remain. All the cheerfulness of a moment is exhausted,.. ::시집::/연작시::화전 2013. 12. 26. 당신에게 나는 당신에게 나는온형근 낙엽이고 낙엽을 구르게 하는 바람이고 고운 복사꽃이고 연록의 버드나무 신록이고 눈발이었나 푸릇한 숲의 향기였나 저녁 노을로 날아든 새들의 지저귐이었나 진달래로 피어 개나리로 지고 철쭉길로 접어들면 둥굴레꽃 밟히고 계곡길 철철 넘치는 숲길에서 서성대었나 낙엽이고 낙엽을 구르게 하는 바람이었나 To you, I am Ohn Hyung-geun A fallen leaf and the wind that makes the leaf roll A beautiful peach blossom and the fresh green willow's verdure Was I snowflakes or the scent of a lush fores..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봄꽃의 숙명처럼 봄꽃의 숙명처럼온형근봄눈처럼 금방쌓여 길이 막힐 것 같다가도 짐짓 시침떼며 흔적 없이 녹아버리는 이른 계절의 혼란 꽃이 그렇다 하였던가 터질 듯 부풀어 머물 듯 하다가도 길을 나서면 무수히 짓밟혀 뒹구는 낙엽과 같은 이지러진 흔적들로 마땅히 꽃봉오리 펼친 채 떨어뜨리지 못하고 봄눈처럼 녹아서야 지쳐 자취도 없이 흩날려야 할 운명 어이 후회처럼 몸 하나 지킬까 살짝 얼굴 들이민 채 꺽이고 말 봄꽃의 숙명이라면 높은 절벽에 세찬 바람이라도 빌려 꽃이었을 때 꺾여 날았으면 아 그랬더라면 Like the fate of spring flowers Ohn Hyung-geun Like spring snow That seems to pile up quickly and block the road Pretending i..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머물며 서성이는 바람 앞에 머물며 서성이는 바람 앞에 온형근 주머니에 꽂은 손만 애꿎다 실낱같은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손등을 건드릴 것 같아 바람마저 애타서 가슴 조일 것만 같아꺼내지도 꼼지락거리지도 머물며 서성이는 바람 앞에 내 이토록 떨렸는지 주머니 속 하나 가득 따스한 손바닥 이르게 날리는 은행잎 하나 Lingering in front of the wandering windOhn Hyung-geun Only the hands in my pockets feel unjust Even if a thread-like breeze merely brushes by It feels like it might touch the back of my hand Even the wind seems so anxious, it feels lik..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