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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오동나무 오동나무 / 온형근 지상으로 오동나무꽃이 한창일 때 바닥으로 보랏빛 꽃망울도 떨어져 꽃물은 미친 듯 몸 밖으로 뿜어 나오고 맑은 양떼구름을 가린 큼직한 오동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침마다 그 길에서 거리를 쳐다보며 머뭇거린다 그뿐이었다 하늘로 그윽하게 그치지 않고 오.. 2014. 1. 30.
008. 감나무 감나무 / 온형근 비긋고 바람 차다 문 앞 감나무 잎새 흔들릴 때 물냄새로 가슴에 묻어두었던 고막 울리더니 커지고 커지면서 잠깐 우레처럼 쿵 내 안의 잡귀들 어질 어지럽게 물러선다 들판으로 나선 감나무 잎새의 빛살에 개울물 반짝이며 눈부시다 지상에 밟히는 푸른 감꼭지 한꺼번.. 2014. 1. 30.
007. 능수버들 능수버들 / 온형근 비 그친 고운 구름들이 조각되어 산과 들판을 그려내고 마을이 되어 개울로 늘어진 능수버들 앞세우고 어지럽다 걸쭉하게 불타는 노을 숨 고른다 그 앞으로 방화수류정 비껴 보름달이 적막하게 잿빛 여름밤을 눅눅하게 축인다 봄날의 아름다운 날은 여전히 남아 휘발.. 2014. 1. 30.
006. 무궁화 무궁화 / 온형근 뭉툭 툭, 툭툭, 툭툭툭 무엇으로 피었다 지는지 아침이면 환하게 혹은 쓸쓸하게 산책의 동선마다 눈길 머물고 무엇으로 살았다 말하는지 희망의 빛살로 푸른 햇살 머금은 무궁화 어깨를 스치며 함께 떨고 배달, 단심, 아사달 꽃마다에 기품이 외줄기 혼자 자란 어린 가지.. 2014. 1. 30.
005. 떠도는 자의 시선-마로니에 005. 떠도는 자의 시선-마로니에 / 온형근 떠도는 자에게 마로니에의 시선은 언뜻 깃들일 수 있는 안식처 솔직하게 사방 뻗은 일곱 개의 잎 허공으로 무방비가 떠다녀도 한쪽으로 아프고 한편만 자라지 않는 어쩌면 볼일 긋고 실팍하여 합당하다 도시의 가로등 명멸하여 노곤할지라도 흔.. 2014. 1. 30.
004. 자작나무 자작나무 / 온형근 거침없이 콸콸대며 쏟아내는 빗줄기에 바람이 놀라 곁에 임박하여도 가누지 못하는 휘청거림 외마디 바람의 소리는 또 어떠했을지 사내의 허연 뼈마디를 헤베며 겨냥하는 자작나무는 아무 것도 지우지 않았다 세파에 거꾸로 매달린 생김새라고 자작나무 앞에 서성대.. 2014. 1. 30.
003. 잣나무 잣나무 / 온형근 새하얀 구름 보면서 짐작하였다 지친 나를 맥없이 잡아끄는데 어쩌라고 먹구름 낀 날은 사랑스럽다 자꾸 나를 하얀 구름으로 만드는 것을 허한 가슴과 눈길을 붙잡고는 거침없이 소나기 쏟아지는 날처럼 잣나무 숲 짙은 우울의 상승 기류 버틸 재간이라도 있었겠냐고 바.. 2014. 1. 30.
002. 미루나무 미루나무 / 온형근 햇살 쏟아지니 미루나무 먼 그리움 지상에 그림자로 내딛는 발걸음 어질어질 스며 반짝이는 잎새 햇살에 동동 하바나길라의 끈적이는 선율 잎 뒤집어 정성스레 바람 맞이하는 원초의 산림에서 우짖는 노래 달빛에 섧어 몸 휘두르는 사설 그리움은 뒷맛이 기름진 산조 .. 2014. 1. 30.
001.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 온형근 꽃이 피어 아 꽃이 피었구나 했다 그 사이에 있고 없음 묻고 답함이 스쳐갔다 그 꽃이 살짝 입힌 노란색 꽈리로 새 옷 입은 것을 보고서야 꽃은 지는게 아닌 것을 꽃이 하나인 것을 내 눈길이 젖어 있었다 2014. 1. 30.
006. 겨울, 청계에 씻어라 - 청계산 청계사 006. 겨울, 청계에 씻어라 - 청계산 청계사 / 온형근 신선이 거닐던 길을 걷는다.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하다. 나서고 싶을 때 나설 수 있으면 그는 실천가다. 하고 싶은 일을 즐겨하는 사람은 신선이다. 즐겁게 산다는 것은 곧 내안의 모습을 파악해서 그 실체를 드러내는 .. 2014. 1. 27.
005. 마음이 편해지는 길 - 강릉 능가사 005. 마음이 편해지는 길 - 강릉 능가사 / 온형근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법당 야트막한 언덕 뒷밭으로 민가 담장을 끼고 올라서니 솔개가 움집을 짓고 살만한 아늑한 공간이 열린다. 삼면의 급한 경사를 지닌 산들이 법당을 에워싸고 있다. 이런 공간에서의 첫 느낌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2014. 1. 20.
004.소나무 숲에 춤추는 바람 길 - 영축산 통도사 004.소나무 숲에 춤추는 바람 길 - 영축산 통도사 / 온형근 누가 심었을까 소나무 숲 통도사 입구는 두 방향으로 틀어진다. 내를 건너서 돌아가는 길과 내를 건너지 않고 곧장 오르는 방법이다. 처음이라 내를 건너 돌아 들어갔지만 누가 심었을까 소나무 숲이 길 양쪽 가득이다. 심은 게 분.. 2014. 1. 19.
003. 여수여풍如水如風의 맑은 발걸음 - 용문 상원사 003. 여수여풍如水如風의 맑은 발걸음 - 용문 상원사 / 온형근 살아 있는 하마비, 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세워야 했다. 아차 싶을 때 지나친 것이다. 끝까지 차로 올라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누군가 상원사를 오르는 이 계곡길이 수행이라고 말한 것을 믿는다. 차를 서로 비켜가는 곳까지.. 2014. 1. 17.
002. 피안의 언덕을 넘어 - 소백산 구인사 002. 피안의 언덕을 넘어 - 소백산 구인사 / 온형근 그대들이 피안의 언덕을 넘어 이곳 소백산 줄기를 찾는 건 내가 알바 아니다. 그대들이 법복을 입었든 추운 날 돕빠를 입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언덕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여도 또한 내가 알바 아니다. 일찍이 이곳 자리한 구인사의 모습.. 2014. 1. 15.
001.무량수를 빤히 바라본다 - 관악산 연주암 001.무량수를 빤히 바라본다 - 관악산 연주암 / 온형근 연주암 종무소에는 추사의 무량수無量壽 현판이 걸려 있다. 한참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유한한 삶을 살면서 무한을 꿈꾸고 이야기하는 게 속세이고 그 속에 속인이 산다. 너도 나도 속인이고 먼지와 티끌같은 꿈을 소중하게 여기.. 2014. 1. 15.
날궂이 날궂이 흐린날 점 하나 찍는다. 길 나서면 비가 내리거나 눈 오거나 하늘과 만나게 되는 소통의 순간 날궂이의 전언 2014. 1. 2.
기분 화창 기분 화창 나의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이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윽한 기분 좋음 화창한 날이면 고요하게 펼쳐지는 오래된 내 모습 기분 화창한 2014. 1. 2.
백련사 입구 백련사 입구 도는 그대 눈 속에 있거늘 달마스님 오신 뜻 따로 찾는가.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크면 밥 먹고 언제나 떳떳한 걸 딴 데서 찾지 마라. 2014. 1. 2.
차 한 잔 차 한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내가 없어졌던 차 한 잔의 세월 2014. 1. 2.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코를 찌를 매화향기 어찌 얻으랴 2014. 1. 2.
솟대무늬 박달나무 차탁 주머니에서 찻잔을 꺼낸다 박달나무 차탁을 꺼낸다 앞면에 솟대가 여백을 바탕으로 들판에 세워져 있다 살아있던 박달나무가 되돌아가는 곳은 묵직함이다 솟대가 비틀거린다 회오리 바라ㅏㅁ이 지나갔다 겨울비가 스쳤다 몸을 움츠렸던 솟대가 벌떡 일어난다 찻잔이 넘친다 젖어 있는 .. 2014. 1. 2.
모든 것은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마라 -법정스님 2014. 1. 2.
능운 凌雲 청운 위로 치솟는다. 2014. 1. 2.
천려일득 千慮一得 누구라도 천번 생각하면 한번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2014. 1. 2.
고요히 몸과 마음을 기른다. 靜養 고요히 몸과 마음을 기른다. 2014. 1. 2.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나는 누군가에게 강요당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내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헨리데이빗 소로우 2014. 1. 2.
벗지 못하는 외투 여전히 길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아닌 줄 알면서 책무와 당위로만 가는 길이 되지 않고 날이 더워져도 벗지 못하는 외투가 되지 않도록 뚜벅뚜벅 걸어왔던 지난 시간처럼 나의 길로 또 발걸음을 내딛는다. 2014. 1. 2.
호시마주 虎視馬走 靑馬年 새해에는,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말처럼 힘차게 달리기 바랍니다. 시대와 주변을 살피며 사람에 대한 넓고 깊은 통찰로 오늘을 미래라고 생각하고 오늘을 만들어 내는 정성과 노력으로 하시는 일 모두 실현하기를 빕니다. 호랑이의 눈으로 보고 千里駿馬로 오늘을 .. 2013. 12. 31.
채근담-前集_023. 감당할 수 있어 따르게 하라 채근담-前集_023. 감당할 수 있어 따르게 하라 남의 허물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하게 꾸짖지 말라. 그가 받아서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람을 선으로 가르치되 지나치게 고상함을 내세우지 말라. 그 사람이 듣고서 따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攻人之惡, 毋太嚴. 要思其堪受. 공.. 2013. 12. 30.
채근담-前集_022. 머물고 잔잔한 마음 속에 날고 뛰는 기상 채근담-前集_022. 머물고 잔잔한 마음 속에 날고 뛰는 기상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흔들리는 등불과 같다.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꺼진 재나 마른 나뭇가지와 같다. 모름지기 사람은 멈춘 구름이나 잔잔한 물과 같은 경지에서도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 201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