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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567

통로015-通路 통로015-通路 / 온형근 백일축기 첫날이다. 도장 안에 좋은 기운이 서려 있다. 감당하기에 빡신 기운이다. 소개를 하고 환영의 인사를 나눈다. 국선도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 환영의 인사는 금선학회와 국선도의 차이에 대한 2기 회장님의 명쾌함이 돋보인다. 국선도를 하시다 금선학회로 .. 2013. 12. 23.
의심014-疑心 의심014-疑心 / 온형근 형은 술을 마셔 흐려졌다고 했나요? 난 흐려지지 않던데요? 화두를 없애려고 해요. 그놈의 '농업교육'이라는 화두와 '진실'이라는 화두를 버리려고요. 그 두 놈은 나를 상기병 또는 홧병으로 이끄는 첨단이더군요. 미친 놈을 만들지요. 생각이란 제 마음대로 돌아다.. 2013. 12. 23.
상기013-上氣 상기013-上氣 / 온형근 꼭 한 달이다. 일찍 도착하여 수공을 하는데 묘한 체험을 한다. 왼쪽 발끝은 지면에 닿아 있는데 다른 신체는 공중에 떠 있는 경험이다. 잠깐 어지럽고 두려웠다. 순간적으로 짧은 풍월이 스친다. 개념도 내용도 뼈대도 없이 그렇게. 정신 차려 다시 살피니 여전히 왼.. 2013. 12. 23.
혹사012-酷使 혹사012-酷使 / 온형근 새로 5기로 명명된 백일축기百日築基팀이 따로 모였다. 오늘은 5명이다. 원장님이 9월부터 시작되는 일정을 알린다. 보이차를 마신다. 보이차는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것이라 한다. 그에 비해 다른 차들은 버리는 것 즉 사瀉라고 한다. 나도 보이차를 즐겨 마신다. 다.. 2013. 12. 23.
의경011-意景 의경011-意景 / 온형근 수련 중에 의경意景이란 말을 듣는다. 눈을 지긋이 감고 뜻으로 풍경을 지녀라는 것일게다. 마침 조희룡 전집에 의경에 대한 표현이 있다. 초묵과 담묵에 대한 내용이다. ... 고요히 나무ㆍ돌ㆍ구름ㆍ놀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늙은 나무와 여윈 돌은 초묵이 아니면 .. 2013. 12. 23.
창문010-窓門 창문010-窓門 / 온형근 '창문을 열고 받아 들여라'한다. 바깥은 비가 온다. 서둘러 이르게 도착하여 창을 열고 자리에 앉는다. 뒷목이 뻣뻣하다. 목을 움직여 푼다. 꾸준히 뒷목으로 신경이 쓰인다. 내가 할 수 있는 동작 중 가장 선호하는 동작이 목을 푸는 것이다. 반좌를 하면서 목을 움직.. 2013. 12. 23.
낯익음009-交分 낯익음009-交分 / 온형근 원장님이 오셨다. 회장님과 회장님 수행하시는 분, 그리고 원장님, 부원장님 4분의 지도 음성은 다르다. 억양, 파장, 감지 등 차이가 있다. 수련 후 차를 마셨다. 내딴에는 친근감의 느낌을 보냈을 것이다. 도장에서 처음 뵌 분이 원장님이다. 한참을 그렇게 대화를 .. 2013. 12. 23.
평시008-平視 평시008-平視 / 온형근 유난히 크게 땀을 흘린다. 내가 위치한 곳의 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오늘은 에어콘과 선풍기가 자고 있기 때문일까. 뚝뚝 수련장 바닥으로 굵은 땀이 산발적으로 수직낙하한다. 수련 도중 밟힌다. 반팔 소매와 배를 덮고 있는 옷가지로 땀을 훔친다. 더러 맨손바닥으.. 2013. 12. 23.
화색007-和色 화색007-和色 / 온형근 화색이 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렇다. 기계는 기계답다. 사람은 사람답다. 그래야 된다고 여긴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화색이 돌 때다. 기계가 기계다운 것은 둔탁을 지녔을 때다. 거리의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의 디자인을 본다. 인간공학이라는 이름을.. 2013. 12. 23.
옻닭006-內丹 옻닭006-內丹 / 온형근 결국 산행을 참여하지 못했다. 학교에 나와 풀로 뒤덮인 밭에 선다. 계속된 비로 땅은 알맞게 푸담하다. 일하는 동안은 단순함과 육신의 고통이 함께 어우러져 묘한 쾌감이 돈다. 수련하면서 기운의 운행을 느낄 때가 있다. 아주 경미하고 계통이 서지 않았지만 순간.. 2013. 12. 23.
수공005-睡功 수공005-睡功 / 온형근 수련 시간에 맞춰 나가다 보니 옷 갈아 입고 바로 시작하게 된다. 조금 일찍 나갈 필요가 있다. 약간의 시간이 생겼다 싶었는데 부원장께서 슬쩍 다가온다. 수공에 대하여 설명한다. 누워서 미간으로 시선을 모으고 저 먼 우주 바깥으로부터의 기운을 가져온다. 이때.. 2013. 12. 23.
작정004-作定 작정004-作定 / 온형근 얼마전에 메멘토라는 비디오 영화를 보았다.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다. 레너드는 자신의 가정을 파탄낸 범인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메모와 문신을 사용하게 된다. 즉, 묵고 있는 호텔, 갔던 장소, 만나는 사람과 그에 대한 정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항상 .. 2013. 12. 23.
재회003-再會 재회003-再會 / 온형근 늘 마음 속에서 뵙고자 애썼던 분이다. 바쁜 일들로 해서 차분하게 마음 먹고 뵙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차분해졌다고 작정되어지지를 않았던 것인가. 대체 차분하다는 것은 어디서 다가 오는 것인가.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늘 먼.. 2013. 12. 23.
의념002-意念 의념002-意念 / 온형근 도인체조는 쉽지 않았다. 도인이라는 것은 끌고, 당긴다는 뜻이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부드럽게 만든다.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막힌 경락을 유통시키고, 유연성 및 근력을 길러 준다. 오늘 도인시간은 길었다.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을 취하여야 한다는데 나.. 2013. 12. 23.
도반001-道伴 도반001-道伴 / 온형근 함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을 도반이라고 한다. 내게 헐렁한 도복이 잘 어울린다. 특별히 개인지도랄 게 없다. 같은 류의 옷이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따르면 된다. 명상음악이 흐르고 짧은 수련용 요를 깔고 먼저 오신 분들이 좌선을 하고 있다. 요 위에 특별 방석.. 2013. 12. 23.
길을 나선다000-出路 길을 나선다000-出路 / 온형근 심교수님과 통화한 적이 오래되었다. 좋은 수련을 권고 하였다. 내가 지닌 지병에 대하여 걱정하셨다. 근래에 스트레스는 극에서 오간다. 스트레스였다가 아니다가를 반복한다. 발을 뺀다는 표현, 그것은 어디엔가 발을 담그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스.. 2013. 12. 23.
탐욕 탐욕 /온형근 아프지 않았을 때의 살아가는 방식이 아플 때는 탐욕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아픈 것에서 돌아서면 다시 탐욕스러운 일상을 돌아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많이 아파 말할 힘도 없을 때, 파노라마처럼 필름이 곤경한 절벽을 향해 치달리고 있을 때쯤이면 그나.. 2013. 12. 23.
잘 익어 낯선 잘 익어 낯선 답사도 잘 익어 낯선 답사였으면 싶다. 인스탄트처럼 물만 넣으면 끓여 먹을 수 있는 그런 간편함은 답사가 언제 끝났는지 구분되지 않는다. 예전에 천관산 답사는 그랬다. 무슨 신화처럼 우거진 산이 있었고, 그 산에서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제사장의 기분이 있었다. .. 2013. 12. 23.
기다린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은 내 그대를 일정 부분 찾지 않겠다는 바람 일렁이는 가을 들판에 억새 두런거리는 속삭임 2013. 12. 23.
마음의 편안 마음의 편안 / 온형근 마음의 편안은 육신의 찌꺼기를 불러 마음 한 켠을 따갑게 건드려 생채기를 낸다. 마음의 편안은 상처 치유의 낯설게 하기다. 그래서 낯설기 이후의 잔영을 만나는 일이다. 2013. 12. 23.
뒤로 걷기 뒤로 걷기 뒤로 걸을 수만 있다면, 뒤로 내려 오면서 내려 온 만큼 지워낼 수 있다면, 아까, 오래된 기억에 챗빛처럼 푸석한 숲길에도 새로운 빛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야. 뒤로 내려 오면서 내려 온 만큼 지워낼 수 있다면, 아직 바로 걸어야 할 저 곳, 또는 언덕, 그리고 숲길에 아직 나 서.. 2013. 12. 23.
야외 활동 수칙을 세우다 야외 활동 수칙을 세우다 야외 활동 한 나절 혹은 반 나절, 나를 바로 세우고, 감성을 살리게 하는 일이다. 3시간/1일. 이라는 틀을 세워 둔다. 백운산 정상을 오른 후, 그 길을 내려온다면 가능할 것이다. 오르는 험함과 내려오는 무릎의 탄력과 진동이 내 안을 긴장으로 출렁이게 할 것이.. 2013. 12. 23.
매일 여행=낯설게 하기 매일 여행=낯설게 하기 스스로를 끊임없이 낯설게 내 던져라. 세상을 여행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손수 낯설게 하기다. 일상에서 나를 낯설게 하라. 그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를 찾아내는 개구장이 골목대장과 같은 일이다. 즐거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세상의 보이고 보이지 않는 면.. 2013. 12. 23.
성숙한 사랑 성숙한 사랑 어디를 다녀왔는지 궁금해 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내 주변에 있는 가구처럼 그냥 그곳에 자리하여 있는 것이다. 2013. 12. 23.
불끈 불끈 치밀어 올라 불끈 불끈 치밀어 올라 불끈거리지 말고 조근조근 말해야 할 것을, '알잖아, 어떤 일인지..'라는 말에 '알면서 그렇게 모른척 했어?'라고 말하면 될 것을. 그때 참 도움커녕 속터질 정도로 딴 세계에 있던 사람들. 서열을 매기라면 앞을 다툴 사람들. 그때도 참았고 세월도 변해서 잊혀지고 .. 2013. 12. 23.
일망무제一望無際 일망무제一望無際 백운산 바위에 오르니 그대로 그대로였다.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저 아득하다는 생각만 든다. 수종사가 그랬고, 부석사가 그랬다. 일망무제라고 자꾸 되뇌여 본다. 7월이 끝나는 즈음에 산딸나무의 꽃이 막 시들고 있으니 바위 아래는 고산성을 지닌 미기후를 지녔다. .. 2013. 12. 23.
한지와 붓털의 깊이 한지와 붓털의 깊이 아침에는 '해 뜨면 달빛도 그림자도 흔적도 없어진다.'라고 썼다. 오늘 글씨는 다른 곳에서 깨달음이 일었다. 처음에 붓털의 길이가 긴 것으로 멋지게 쓰려고 했으나 한지가 연습지 중에서 최고 하질인 것에다 썼더니 먹물이 그대로 흘러 넘쳐 글씨가 뭉그러지고 만다.. 2013. 12. 23.
누에 누에 깨끗하다는 말만 들었다. 처음에 뽕나무인 줄 알고 따다 주었더니 먹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하니 뽕나무과에 속하는 닥나무였다. 다시 뽕나무잎을 따다 먹인다. 그제서야 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치 고욤차를 즐겨 마시는 나와 누에가 같다. 나 역시 이제는 다른 차는 버리고 싶.. 2013. 12. 23.
순해진 화홍문 순해진 화홍문 하필 억수로 쏟아지는 빗 속에 놓여 있었다. 성을 따라 걷는데 흙을 튀어 오르게 하는 비는 우산이 미안할 정도였다. 바지끝이 젖어 무겁게 허리띠를 잡아 내리고 있었다. 튀어 오른 흙은 맨발의 구두 틈을 비집고 발바닥에서 돌을 굴리고 있다. 작지만 엄청난 바위로 인식.. 2013. 12. 23.
바닷가 일번지와 산속 일번지가 바닷가 일번지와 산속 일번지가 내게 시란, 바닷가 일번지와 산속 일번지가 소통하는 일이다. 2013.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