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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567

옛사람의 숨결 옛사람의 숨결 / 온형근 옛사람의 풍류에는 숨결이 있다. 풍류란 사람이 이루어낸다. 이루어 내는 것이 뛰어나거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절묘한 풍류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은 풍경이다. 사람의 솜씨만으로 미칠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연의 숨결이다. 숨이 막힌다. 숲과 .. 2013. 12. 23.
물기 머금은 땅 물기 머금은 땅 / 온형근 물기 머금은 땅은 양면의 사유를 지녔다. 제 살붙이인 모든 살아 있는 식물들을 풍요롭게 하고, 지탱하고 있는 뿌리의 힘을 덜 조이면서 이탈을 돕는다. 물론 자유로운 의지에 의하는 이탈 또는 유목이 아니다. 동물이나 사람의 이동과 의지여야 한다. 아무튼 물.. 2013. 12. 23.
내가 꼭 그리되어야 한다는... 내가 꼭 그리되어야 한다는... / 온형근 꼭 그리 되어야 한다는 다짐, 생각, 그리고 생활의 신조 등을 얼마나 오랫동안 버리려고 애를 썼던가. 어려서 그렇게 지니려 애썼던 것들을 버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버티고 있었던가. 그리고 다시 내가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그러한 것들을 .. 2013. 12. 23.
달마가 서녘에서 온 까닭은? 달마가 서녘에서 온 까닭은? / 온형근 <용아가 취미 화상에게 "달마가 서녘에서 무엇하러 왔습니까?" 하고 물었다. 취미 화상은 "선판을 좀 갔다 주게나" 하고 말했다. 용아가 선판을 갖다 주니까, 취미 화상은 다짜고짜 그것으로 후려쳤다. 용아는 "칠 테면 치십시오. 그런다고 달마가 서.. 2013. 12. 23.
책상을 되찾다 책상을 되찾다 / 온형근 책상을 찾았다. 1인치의 책상이 아니라, 무려 12인치의 책상이다. 우리나라 척도로 10자가 조금 넘는다. 10자의 책상을 찾았으니 책상은 책상답다. 책상을 잃은 것은 컴퓨터를 사용하고 나서다. 컴퓨터용 책상, 서재용 책상을 따로 쓸 수 있는 여유가 아닌 채, 컴퓨터.. 2013. 12. 23.
비행사, 그리고 그만 우세요 비행사, 그리고 그만 우세요. / 온형근 그만 우세요. 가치라는 면에서 보면, 매우 난감해집니다. 슬픔은 가깝지요. p형이 h형을 심하게 할 때, 또는 j형이 h형에게 말할 때, 또 내가 자주 k나 b를 용서 못할 때, 이 모든 것이 슬픔이지요. 반송이 심하게 전정되었어요. 내가 물었지요. 잘 키우.. 2013. 12. 23.
청미래덩굴을 공부하다가 청미래덩굴을 공부하다가 / 온형근 청미래덩굴을 다시 본다. 예전에 나무백과의 저자이신 임경빈 선생님의 나무에 관한 글은 미려했다. 나무백과의 모든 글이 전문성을 지닌 감성적인 문체여서 나를 사로잡았었다. 지금은 책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그 책을 손에 잡는 일은 드물다. 그.. 2013. 12. 23.
호젓한 산길의 유혹 호젓한 산길의 유혹 / 온형근 나의 행동은 나를 닮은 자연으로부터 읽혀진다. 자연에는 형식과 내용이 서로 다르게 기능하는 질서가 있다. 가령 내가 산길에서 오래되어 푸담한 부엽토의 흙살을 보며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면 자연의 형식과 내용이 만들어 내는 어떤 질서 속에 아름다움.. 2013. 12. 23.
우주와 어울려 사는 방식 우주와 어울려 사는 방식 / 온형근 우주와 어울려 살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면 그 방식을 따르려 한다. 가령 숲을 보더라도 단순림이라 하여 한가지 수종으로 빽빽하게 이루어진 숲은 어딘가 부조리한 느낌을 준다. 잘 정돈되었다는 것이 생리적으로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친근.. 2013. 12. 23.
시조와 문자풍경 읽기 요즈음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주로 풍광을 띄워쓰기 없이 묘사하는 소위 '문자풍경'을 시도하였다. 내가 시작한 '문자풍경'의 시작은 출퇴근의 운전 중 차가 밀릴 때 주변 풍광을 읊는 것으로 시작된다. 빠른 시간에 스케치하고 풍광과 함께 그때의 심정을 섞는 것이다. 그러니 운전하면.. 2013. 12. 23.
완당과 단원, 그리고 겸재 자기 자신보다 그 사람을 더 잘 아는 경우가 있다. 근래에 내가 만난 사람들이 그렇다. 간송 미술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최완수 선생이 그렇다. 겸재 정선에 대하여 정선보다도 더 잘 아는 분이다. 수원을 사랑하는 수원 사람인 오주석 선생이 그렇다. 우리 문화재를 가장 잘 이해하.. 2013. 12. 23.
맑은 공기 한 사발 아침 산행에서 마시는 맑은 공기 한 사발, 그리고 서서히 터져 오르는 앵도같은 여명, 이윽고 다가서며 다정하게 웃는 햇살, 그 산에 들었다가 나왔건만 여전히 산속인 듯, 다음날 그 시간에 다시 나설 산행이라고, 기쁜 발길이 가볍다. 2013. 12. 23.
늙은 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 도달하기 전에 멀리서 손바닥을 수평으로 이마에 대고 발뒤꿈치까지 들고 쳐다 보았다. 좀 더 가까이 하면서 다가갔으나 늙은 개는 없다. 어제보다는 20여 분 빠른 시간이다. 앉아 있던 동그란 배수로 뚜껑이 달랑 나를 쳐다 본다. 안보면 좋다. '늙은 개는 무섭지 .. 2013. 12. 23.
늙은 개 오랜만의 산책이다. 출퇴근의 중압에서 벗어나려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시도했고, 발을 내디딘 셈이다. 새벽의 여명을 볼 수 있는 호젓한 산길의 유혹에 나를 맡긴다. 좀 더 서둘러야 하는데 늦장을 부린 것은, 명상을 한 줄 남기려 함이었다. 꼬박 1시간이 걸리는 산책이다. 뛰고 걷.. 2013. 12. 23.
얼음과 흰눈의 중층에 대하여 얼음과 흰눈의 중층에 대하여 / 온형근 1. 춥다. 어둠이 웅크리고 있는 산 아래로 빛과 어둠이 교직하고 있다. 빛과 어둠이 눈과 얼음이 중층으로 배열되어 있다. 흰눈에 머무는 빛은 흙을 에워싸고 있는 얼음을 외면한다. 얼음은 가리워져 있는 층에서 움크려 있다. 가벼워진 얼음 위로 흰.. 2013. 12. 23.
지리산 내원골과 빨치산 정순덕 지리산 내원골과 빨치산 정순덕 / 온형근 한도 끝도 없이 절경인 내원골. 계곡에서의 신비한 풍경과 오랜 세월을 풍파에 노출된 그대로 존재하는 우주의 한량 없이 순한 대응이 가슴에 와 닿는다. 노각나무의 미끈한 허리를 본다. 혼자 보기에 아깝다. 굵고 가는 것들이 섞여서 제멋대로.. 2013. 12. 23.
바람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 온형근 한 발을 옮기면서 나는 무엇을 마실 수 있을까. 살면서 괴로움을 알게 되면서 마실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나서고 싶다. 갈 곳을 스스로 정하지 않는다. 다만, 잠자리를 구걸할 몇 곳의 친구들을 떠올리고 있다. 친구를 만나려 하.. 2013. 12. 23.
實習-평보공과 반좌 정공 實習-평보공과 반좌 정공 / 온형근 평보공을 3보, 6보, 12보까지 실천한다. 도심을 빠져 나가는 시작에서 3보공은 짧다. 6보공이 적당하다. 조금 지나 화성의 지기를 받으면서 12보공을 한다. 약간 벅차다. 천천히 하면 가능하다. 무엇보다 흙을 밟는 감촉이 좋다. 지기다운 지기를 느낀다. 흙.. 2013. 12. 23.
평보공平步功과 반좌 정공半坐靜功 평보공平步功과 반좌 정공半坐靜功 / 온형근 수련하고 글을 쓰면 짧으면 1시간, 길면 2시간이다. 대개 다음날 새벽에 쓰게 되나 아침이 바쁘다. 수공이 잘된 날은 그날 바로 쓴다. 어제처럼, 그런데 이때는 꼭 2시간이다. 새벽에는 1시간인 것을 보면 잠을 잘 때 다시 수공이 되는 게 분명하.. 2013. 12. 23.
유당학인留唐學人 유당학인留唐學人 / 온형근 차주환,'羅末의 留唐學人과 道敎',<도교와 도교문화>,아세아문화사,1991.를 읽는다. 중국과의 도교에 대한 교류를 찾아가는 글이다. 신라 진평왕 때 두 사람, 김유신의 후손 김암, 그리고 신라말기의 유학당인 등으로 풀어간다. 남당의 沈汾이 찬술한 '속선.. 2013. 12. 23.
공생의 의지 공생의 의지 / 온형근 더불어 함께 어울리며 살 수 있는 게 공생일 것이다. 공생의 의지는 삶의 의지이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은 공생에서 비롯된다. 공생을 하고자는 자연적인 흐름에 호불호가 있을 수 없다. 인간만이 호불호를 안다. 안다는 것은 인식의 세계관이다. 가치를 따지고 .. 2013. 12. 23.
모종을 심는다 모종을 심는다 / 온형근 마,검정콩,도라지,근대,아욱,토마토,파,옥수수,조,산부추를 심는다. 마는 뿌리를 먹는다. 검정콩은 콩깍지를 따서 열매를 거둔다. 도라지 역시 뿌리를 취한다. 근데 도라지는 빠졌다. 근대와 아욱은 된장국에 어울린다. 토마토는 양념으로 심었다. 그 자리에서 먼.. 2013. 12. 23.
주말 산행과 폭포 식당 주말 산행과 폭포 식당 / 온형근 시월 중순의 광교산 등산은 단풍이라도 가깝게 볼 수 있을까 했다. 아직 이르다. 이르지만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큰처남과 처남댁과 만나 정호와 함께 오르는 경기대 코스다. 이 코스는 늘 불만이다. 오르고 내리는 길에 너무 사람이 많다. 건조한 날씨로 .. 2013. 12. 23.
내적 자아의 반동 내적 자아의 반동 / 온형근 사방을 두리번 대며 낯설어 하다보면 갑자기 숲이 두렵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허둥대고 만다. 숲의 화음이 짙으면 짙은대로 숲의 울림이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숲을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차게 된다. 곧 어둠이 깔릴 것이다는 서 있는 곳에서의 자기 인.. 2013. 12. 23.
손에 지닐 수 있는 것들은 손에 지닐 수 있는 것들은 / 온형근 손에 지닐 수 있는 것들은 산행을 거칠게 한다. 빈 손일 때, 사유의 지평은 날아갈 듯 가볍게 뻗친다. 조금이라도 손에 집혀 있는 것이 있을 때, 고요한 생각은 말리고 만다. 번뇌를 넘어설 수 있는 순간에 설핏 내 손에 집힌 뭉툭한 감촉은 눈 앞의 고개.. 2013. 12. 23.
낯선 자리와 풍경 낯선 자리와 풍경 / 온형근 낯선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서툴다. 가끔 열차에 오르면 이 자리가 익숙한 자리인지 낯선 자리인지 가늠하기가 곤란해진다. 그 날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다. 보통은 익숙한 자리라 생각하며 잠시 책을 꺼내 읽다가 잠을 청하는 것, 그리고 시간을 재면서 얼마.. 2013. 12. 23.
적념 적념 / 온형근 적념이라는 곡을 듣는다. 적념이란 속념(俗念)을 떠난 적정(寂靜)한 생각. 조용한 마음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속념은 무엇이고 적정한 생각 즉, 조용한 마음은 무엇인가? 바람이 불면 새가 지저귀는 것이 적념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조용함이 적념이 아닐 것이라.. 2013. 12. 23.